AI 반도체 수주 늘리며 적자 탈출 시동2나노 고부가 시장 수익성 확보 청신호1차 목표 10% 점유율 … TSMC 독주 깬다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반등 신호탄을 쐈다. 수년간 적자 늪에 빠져 있다 최근 테슬라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을 수주하며 기회를 잡은 삼성은 당장 내년부터 2나노미터(nm) 등 최신 공정 중심으로 수익을 내면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던 실적과 점유율을 모두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AI5' 칩의 생산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칩은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부품으로, 높은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이 요구되는 고부가 제품이다. 해당 수주는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 기술 신뢰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기점으로 삼성 파운드리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시점인 내년부터 실질적인 수익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대규모 수주가 시작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삼성 파운드리의 전략이 가시적인 결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 수년간 이어진 적자에 시달렸다. 시장조사업체와 업계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의 파운드리 부문은 약 4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역시 적자 폭은 5조 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그동안 파운드리 사업은 막대한 시설 투자와 고객 유치 경쟁, 기술력 격차 등의 요인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와의 기술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큰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 외에도 여러 AI, 고성능 연산(HPC) 분야에서 신규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이런 흐름이 반영된다면 내년 혹은 내후년부턴 흑자 전환이 가능성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삼성은 뼈아픈 후퇴를 맛봤다. 한때 18%까지 올랐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올들어 8%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TSMC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주하는 가운데 삼성은 기술력뿐 아니라 수주 실적에서도 열세를 보였다.

    중국업체의 추격도 매섭다. 정부 보조금과 자국 내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빠르게 성장한 SMIC는 삼성 뒤를 바짝 쫓으며 점유율 5%대에 안착했다. 야심차게 부활을 외치며 시장에 뛰어든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좀처럼 자리잡기 어려운 모습이었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인텔 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여전히 경계해야 할 경쟁자로 꼽힌다.

    치열한 2위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이 절치부심한 덕분에 점유율 회복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7월 테슬라와 AI6 칩 생산 계약을 먼저 맺은 이후 테슬라와의 대형 딜이 순차적으로 성사되면서 다시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일 기회를 찾았다. 최근 TSMC와 공동으로 생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AI5 칩은 테슬라와의 합작에서 첫 결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계기로 삼성은 향후 점유율을 다시 '10%대'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실적 회복세는 이미 메모리 반도체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제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며 관련 사업부문은 올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에 들어섰다. 여기에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사업의 개선 흐름까지 가시화되면서 삼성 반도체 사업 전체가 제대로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 파운드리의 이 같은 변화가 TSMC의 독주 체제에도 일정 부분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있다. 이번 테슬라와의 협업으로 경험치를 쌓으면서 기술력 격차를 좁히고 고객 기반 확대에 성공할 경우, 삼성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진짜 2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