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차세대 AI5 자율주행칩 TSMC·삼성 모두 제조"추후 합류 전망 깨고 AI4 이후 전 세대 공급 가능성 ↑美 테일러 공장 물량 확보 … 대형 고객사 유치 청신호
  •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테슬라가 자율주행 차량의 핵심인 차세대 AI5 칩 제조를 대만의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맡기겠다고 공식화했다. 오는 2028년 'AI6' 칩 생산을 함께 하기로 계약한 데 더해 현재 삼성이 생산하고 있는 AI4부터 AI5, AI6까지 전 세대에서 삼성과 테슬라의 혈맹이 더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23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5 칩은 TSMC와 삼성 모두가 제조할 것"이라고 밝히며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난 7월 계약을 통해 삼성이 테슬라의 AI6 칩 생산부터 참여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앞당긴 것이다. 현재도 삼성은 테슬라의 AI4 칩 일부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번 발언은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이 확대될 가능성과 미국 테일러 신공장 등의 생산기반 활용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머스크는 "하나의 업체에 의존하지 않겠다"면서 다중 파운드리 전략이 단가 절감과 생산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임을 강조했다. 이런 전략 변화는 TSMC 단독 생산 체제에서 생길 수 있는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고 생산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AI 칩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생산역량을 확대하는 것도 테슬라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테슬라 AI5 칩 제조 참여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삼성은 퀄컴에도 차세대 2나노 공정 기반 스냅드래곤 샘플을 납품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중소 고객들과의 위탁 계약도 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고객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니즈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기술 안정성과 생산경쟁력이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에 테슬라와 협업을 강화하게 되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 공장의 활용도를 높이고 가동 계획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가동이 예정된 이 공장은 첨단 4나노 이하 공정을 적용해 AI와 고성능 컴퓨팅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그간 수주 물량 확보가 과제로 지적돼왔지만 테슬라의 AI5과 향후 AI6 칩 생산 일부를 이곳에서 맡게 될 경우 초기 물량 확보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FSD) 구현을 위한 전용 AI칩 수요가 앞으로 수백만 개 단위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규모 있는 생산기반이 필수다. 이번에 삼성 참여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수요를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머스크가 언급한 "경쟁을 통한 단가 절감"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비해 높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새로운 수주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기존에 TSMC에만 의존하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의 시선이 삼성 쪽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 생산으로 안정적인 가격과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면 본격적인 고객사 확보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 ▲ 테슬라 로고 및 전기차 제품 이미지 ⓒ뉴시스
    ▲ 테슬라 로고 및 전기차 제품 이미지 ⓒ뉴시스
    하지만 여전히 삼성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 확보하는 것은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고 장기 계약으로 이어지기 위한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테슬라처럼 대규모 AI 연산 성능과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고객사에 대응하려면 공정 완성도와 품질 관리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테슬라의 파운드리 전략 전환은 단순한 생산처 변경을 넘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에 적극 참여하면서 TSMC 중심의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 새로운 균형이 형성될지 주목된다. 더불어 정치적·지리적 리스크를 고려한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제조처를 다변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략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결국 테슬라가 삼성과의 협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안정적인 칩 공급과 비용 경쟁력, 그리고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이다. 삼성은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기술력과 생산능력에서 명확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

    이번 협업이 향후 테슬라의 로봇, 슈퍼컴퓨터, AI 서버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까닭에 삼성전자에게는 테슬라와의 협력 확대가 파운드리 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기회를 잡은 삼성이 단순한 생산 파트너를 넘어 전략적 AI칩 제조사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