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 안재홍 회장 마곡서 완판…2021년 매출 3459억 역대최대판교·안양 미분양 여파 실적 내리막…분양미수금 1년만에 765% 급증판교 디오르나인 35% 할인 '고육지책'…감사의견 거절에 신인도 타격
  • ▲ 안강그룹 사옥이 위치한 서울 역삼동 KT&G 복지재단 빌딩. ⓒ네이버지도 갈무리
    ▲ 안강그룹 사옥이 위치한 서울 역삼동 KT&G 복지재단 빌딩. ⓒ네이버지도 갈무리
    땅이 가진 잠재력을 분석해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기업을 우린 디벨로퍼라고 부른다. 부동산 호황기때만 하더라도 디벨로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손만 대면 '큰 돈'이 됐다. 그러던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를 개발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가 기업회생절차를 언급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일명 '레고랜드 사태'다. 이후 투자심리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그 여파는 3년째 지속되고 있다. 디벨로퍼도 마찬가지다. PF를 실행해 부지를 사들여야 하는 특성상 자금경색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디벨로퍼 1세대부터 3세대까지 그들이 처한 재무상황을 꼼꼼히 살펴봤다. <데스크주>

    2세대 디벨로퍼로 알려진 안강개발이 경기 성남시 판교 등에서 발생한 미분양 여파로 절체절명 위기에 맞닥뜨렸다. 미달물량 해소를 위해 할인분양 등 '고육지책'까지 꺼내들었지만 지난해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3010%까지 치솟는 등 이미 재무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외부감사기관이 감사증거 입수 불가를 이유로 '의견 거절'을 통보하면서 기업 존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시행업계에 따르면 안강개발은 안재홍 회장이 2009년 설립한 시행사로 종합부동산회사인 안강그룹 핵심축이다. 주요 계열사로 연초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안강건설, 안강산업 등이 있다.

    안 회장은 건설부동산업계에서 대표적인 자수성가 인물로 꼽힌다. 20대 시절 경기 부천시 송내역에서 의류쇼핑몰을 운영하다가 2003년 분양대행사 영업사원으로 취업하며 부동산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6년엔 상가 분양마케팅업체인 에이치와이(HY)를 설립했으며 2009년 5월 안강개발을 세우고 본격적인 디벨로퍼의 길을 걸었다. 안강이라는 사명은 안 대표의 성과 강할 '강'자를 붙여 명명됐다.

    안강개발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마곡지구에서 잇따라 분양사업에 성공, 사세를 빠르게 불려갔다. 2013년 첫 시행사업이었던 마곡 우성르보아를 17일만에 완판했고 이어 공급한 △마곡 벨리오 △마곡 럭스나인 △마곡 안강프라이빗타워 등도 100% 계약에 성공했다.

    마곡에서 자신감을 얻은 안강개발은 김포와 하남 미사지구, 남양주 다산지구 등으로 눈을 돌려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 등을 선보였다.

    연이은 분양 성공으로 실적도 수직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안강개발 매출은 감사보고서가 처음 게재된 2016년 615억원에서 2017년 713억원으로 늘었고 이듬해인 2018년엔 1182억원을 기록, 처음 10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그해 영업이익도 141억원으로 전년동기 34억원대비 315% 급증했다.

    그 사이 기업 덩치도 불어났다. 안 회장은 2013년 부동산시행 및 분양대행사인 안강산업, 2015년엔 시공사인 안강건설을 각각 설립해 시행·시공·분양대행을 도맡는 부동산종합회사의 위용을 갖췄다.

    2021년엔 매출 3459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도 2016년 이후 5년만에 해소했다.

    승승장구하던 안강개발은 2022년부터 점차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존에 수익을 냈던 미사와 다산지구 분양사업이 마무리된 가운데 신규로 공급한 판교·안양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까닭이다.

    안양 디오르나인 1BL은 2022년말 기준 분양률이 78.02%로 1년전 72.32%에서 5.7%포인트(p) 상승하는데 그쳤고 판교 디오르나인도 30.08% 수준이었다.

    그 결과 2022년 매출은 184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8.3% 줄었고 영업이익도 33억원으로 95.0% 급감했다. 2023년엔 매출이 1320억원까지 내려앉았다.
  • ▲ 판교 디오르나인. ⓒ네이버지도 갈무리
    ▲ 판교 디오르나인. ⓒ네이버지도 갈무리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으면서 미달물량 해소도 더욱 더뎌졌고 이는 재무 부실로 이어졌다.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률은 2023년말 기준 30.61%로 1년전보다 고작 0.53%p 올랐다. 같은기간 안양 디오르나인도 78.02%에서 79.33%로 1.31%p 상승하는데 그쳤다.

    2023년말 이후 구체적인 분양률은 감사보고서상 확인 불가능하다. 안강개발이 외부감사기관에 사업장별 분양률 등 재무제표 상세내역이 포함된 주석과 현금흐름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말 기준 분양미수금이 1098억원으로 2023년말 127억원대비 765%나 급증했다는 점에서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현재 안강개발은 최대 35% 할인분양 등 조건을 내걸고 판교 디오르나인 잔여물량 해소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당단지 전용 84㎡ 최초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13억7900만원으로 여기에 35%는 약 4억8000만원선이다. 가구당 5억원 가까이 손해를 보며 '재고떨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다만 미분양 물량을 모두 소진해도 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재무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까닭이다. 지난해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3010%로 적정기준인 200%를 한참 웃돌고 있고 현금성자산은 1년만에 769억원에서 73억원으로 90.5% 급감하면서 바닥을 드러냈다.

    외부감사기관의 '의견거절' 평가도 겹악재가 될 전망이다. 안강개발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말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 근거로 "보고기간의 현금흐름표 그리고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입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상장사 경우 의견거절을 받으면 주식 매매거래가 즉시 정지되고 추후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안강개발은 비상장사인 만큼 상장폐지 등 제제를 받진 않지만 대외신인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업계 한 관계자는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주택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미분양 물량이 디벨로퍼 숨통을 조이고 있다"며 "더군나나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을 기존 3%선에서 2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신규사업을 통한 실적 반등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