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사옥 매각에 무벡스 지분 처분… 5천억 확보노란봉투법, 자동물류화 바람으로 무벡스 주가 급등11월 H&Q코리아 콜옵션 대비… 주주환원·밸류업 차원
  • ▲ 현대엘리베이터 아산타워 ⓒ현대엘리베이터
    ▲ 현대엘리베이터 아산타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가 종로구 연지동 사옥에 이어 자회사 현대무벡스 지분 일부를 처분한다. 자산 효율화를 통한 재투자와 주주환원 재원 마련, 밸류업 정책 이행 차원의 결정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이사회에서 현대무벡스 보통주 780만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결의했다. 

    매각 예정 금액은 약 734억원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무벡스 지분율은 기존 55.88%에서 48.87%로 줄어든다. 과반 지분은 내려놓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게 된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연지동 사옥을 45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양수인은 엔에이치투자증권이 운용하는 사모 부동산투자신탁으로 지난 9월 26일 계약 체결 후 9월 30일 대금 지급이 완료되면서 거래가 최종 종결됐다. 사옥과 지분을 합쳐 현대엘리베이터가 확보하게 되는 현금은 5200억원 수준이다.

    무벡스 지분 매각은 최근 주가 흐름을 고려해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벡스 주가는 올 초 주당 3280원에서 출발해 8월에는 2450원까지 떨어지며 부진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9000원대를 넘어섰다. 노란봉투법 시행과 물류 자동화 확대 기대로 투자자 관심이 몰린 결과다. 회사 입장에서는 높은 주가를 활용해 현금을 확보하기에 적절한 시점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백기사'로 나섰던 사모펀드 H&Q코리아에 부여된 콜옵션 시점이 임박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산 현금화도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H&Q코리아는 2023년 11월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인 현대홀딩스컴퍼니(지분율 19.3%)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를 인수했다. 투자 규모는 RCPS와 CB 2300억원, EB 800억원 등 총 3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RCPS에는 매도청구권(콜옵션)이 붙어 있어 오는 11월부터 회사가 투자자 지분을 되사올 수 있다. 내년 11월부터는 CB에 대한 콜옵션도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만약 H&Q코리아가 RCPS와 CB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H&Q코리아의 현대홀딩스컴퍼니 지분율은 49.9%까지 확대된다.

    비핵심 자산매각은 주주환원 정책 이행 차원의 성격도 짙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상 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활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2023년 배당총액은 1444억원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중간배당을 신설해 주당 1500원을 지급했다. 정관을 손질해 분기배당 도입도 추진하는 등 환원 기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과거 장기간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스위스의 쉰들러가 최근 지분을 매각하며 사실상 엑시트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오랜기간 기업 경영의 불안요소였던 경영권 갈등이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밸류업과 주주환원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현대무벡스 주식 처분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차원에 의한 것으로 향후 자산효율화를 위한 재투자 및 주주환원 재원 마련에 쓰일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