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중 무역전쟁 재개 선언 하루 만에 유화 발언자산시장 변동성 확산에도 안전·위험자산 동시 상승 전망 무게"AI 테마 거품 경고·인플레이션 압력 여전" 과열 현상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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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관세 유예 조치 이후 무난하게 관리되는가 싶던 미·중 관계가 다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지난 11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 재개를 선언하자 뉴욕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자산시장이 일시에 급락했었는데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와 관련 "모두 괜찮을 것"이라고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자 다시 국내외 증시는 하루 만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대중 과세 발언으로 자산시장 불안감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습니다.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자산시장에서 요즘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어는 에브리싱 랠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트코인, 주식 등 위험자산은 물론 금, 은 같은 안전자산까지 가격이 연일 급등하는 최근 자산시장의 현상을 지칭하는 것인데요.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지난 13일 장 중 온스당 4068.21달러까지 오르면서 전주 최고점을 넘어섰습니다. 이날 상승으로 올해 들어 국제 금값의 누적 상승률은 55%에 육박합니다. 국제은값도 고공행진 중입니다. 같은 날 장 중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최대 52달러까지 급등, 1980년 사상 최고가인 52.50달러에 근접했습니다. 올해 은값 상승률은 78%에 달합니다.비트코인 가격은 지난주 12만6000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트럼프 발언에 요 며칠 글로벌 주식 시장이 오락가락 중이지만 하반기 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하는 등 강세 국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증시 대표 격인 미국 S&P500 지수는 15% 넘게 올랐고, 국내 정책 기대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50%가량 급등했습니다.
사실 달러가 오르면 금값은 내리고, 안전자산이 오르면 위험자산은 내린다는 게 지난 수십년간 재테크 시장에서 통용되던 전통적인 논리였는데요. 이 전통적인 논리를 벗어나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미국 주식이 동반 랠리를 펼치고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죠.
전통 공식이 깨진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코로나 이후 풍부한 유동성에 자금들은 투자처를 찾고 있고, 트럼프의 관세 전쟁, 감세로 인한 재정 악화, 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 등으로 달러 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투심은 대체 자산으로 쏠리는 모습입니다.
시장에선 연말까지 에브리싱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데요.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했고 연준의 독립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치 상승이 관측되는 투자 자산으로 자금이 향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미 올해에만 50%나 오른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립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년 말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4300달러에서 4900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나아가 AI(인공지능) 대세론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 풍부한 유동성으로 위험자산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물가 상승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AI 과열 논란과 미국 연방정부 폐쇄 및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 논란 등 금융시장에 많은 걱정이 있지만 주요 자산가격의 랠리, 즉 미니 에브리싱 랠리는 AI 생태계 구축과 유동성에 힘입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현재의 에브리싱 랠리가 과열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AI를 중심으로 한 수요가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선데요. 실제 주식 시장의 랠리를 주도하는 AI 테마에 대한 과열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현재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25년 전 닷컴버블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며 "AI에 대한 과도한 낙관이 꺾일 경우 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여전합니다. 8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 근원 PCE는 2.9%를 기록, 연준의 목표치 2%를 상회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지속돼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면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주식가격이 상당히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지표로 볼 때 자산 가격이 꽤 높게 평가돼 있다"면서 "금리를 너무 공격적으로 내리면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한 채 다시 긴축해야 할 수 있고, 반대로 금리를 오래 높게 유지하면 노동 시장이 불필요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