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9900만원 들여 국가예방접종 확대 연구 진행HPV 정책 중 '여아 9가 전환' 3위로 가장 우선순위 높아질병청, 14순위 '남아 4가' 우선 추진 … 예산만 92억 책정실제 남성 청소년 9가 접종률 83% vs 4가 16%로 현실과 괴리김선민 의원 "과학적 근거 무시한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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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삿바늘.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이 1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진행한 국가예방접종 확대 연구에서 '우선순위 최하위'로 평가된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예방접종 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12세 여아 9가 백신 전환(3순위)'이 HPV 예방정책 중 최우선 과제로 꼽혔지만 정부는 최하위(14순위)였던 '남아 4가 백신 도입'에 92억원을 배정했다. 현장과 괴리된 정책 결정에 "연구 따로, 정책 따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공개한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2023) 연구결과에 따르면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관련 백신 도입안 중 '12세 여아 9가 백신 전환'은 전체 15개 도입안 중 3순위를 기록해 도입이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꼽혔다.

    이어 '12세 여아 및 남아 동시  9가 백신 도입'이 6순위로 평가됐으며 '12세 남아 4가 백신 도입'은 최하위인 14순위로 평가됐다.

    이는 질병청이 99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질병 특성, 백신특정, 자원배분 합리성 및 효율성, 접종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질병청은 이 연구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14순위인 '12세 남아 4가 백신 도입'을 우선 추진하고 있었다. 

    김선민 의원이 질병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청은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12세 남아 HPV 예방접종' 항목(92억5700만원)을 편성해 해당 정책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반면 연구에서 상위권으로 평가된 '여아 9가 전환'이나 '남녀 동시 9가 도입'은 제외됐다.

    해당 정책은 현장 접종 데이터와도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 자료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의 HPV 백신 1차 접종 중 9가 백신은 83.2%(1만8713건)을 차지해 4가 백신(16.2%, 3,655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여성 청소년은 1차 접종 건수 중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인 4가 백신이 전체 접종의 86.9%(171만여 건)을 차지했으며 9가 백신은 2.5%(4만9075건)에 불과했다.

    즉, 남성 청소년의 실제 접종 트렌드는 9가 백신 중심으로 이미 이동했음에도 정부는 접종 현실과 동떨어진 4가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사업으로 포함시키려는 셈이다.

    김 의원은 "질병청이 9,900만원을 들여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도 연구결과를 무시하고 있다"며 "연구 따로, 현실 따로, 정책결정 따로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남성 청소년들은 9가 백신을 훨씬 많이 맞고 있고, 연구에서도 '여아 9가 전환'이 우선 과제로 제시됐는데 정부는 최하위 항목인 남아 4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질병청은 왜 이런 정책 전환이 이뤄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HPV 국가예방접종 사업의 우선 순위를 과학적 근거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이 국민 건강 전반의 예방접종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와 현장 현실을 외면한 정책결정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아 청소년의 HPV 예방접종과 학령기 청소년 인플루엔자 접종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