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8개 구까지 규제지역 포함, "과잉 규제" 논란동탄·용인 등은 풍선효과 가열 … "정밀규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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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개 지역을 한꺼번에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조치에 집값이 하락세였던 중저가 지역 주민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반면 규제를 피한 일부 경기 지역에서는 투자수요가 몰리며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집값 떨어졌는데 왜 규제냐" … 실수요자까지 자금 막혀

    19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2022년 12월 대비 올해 9월까지 서울 도봉구 아파트값은 5.3% 하락했다.

    이어 △금천구(-3.47%) △강북구(-3.21%) △관악구(-1.56%) △구로구(-1.02%) △노원구(-0.98%) △강서구(-0.96%) △중랑구(-0.13%) 등 총 8개 구에서 집값이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지역을 모두 이번 규제지역에 포함했다. 새로 지정된 21개 구 중 약 38%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인 지역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 3구(송파·서초·강남)는 각각 29.96%, 23.33%, 20.56% 상승했고 용산구도 14.91% 올랐다.

    시장에서는 "실제 수요가 적고 거래가 부진한 지역까지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몇 년간 매수세가 거의 없었는데, 규제지역 지정 이후 거래 문의가 더 끊겼다"며 "지역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조치"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조달도 한층 어려워졌다.

    서울 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무주택자의 LTV는 70%에서 40%로 축소됐고,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 한도는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제한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와 투기수요를 구분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 탓에 대출 상담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며 "창구 혼선과 소비자 불만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규제지역은 '풍선효과' … 동탄2는 "불장"

    반면 규제를 피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는 투자 문의가 급증하며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동탄역 인근 '롯데캐슬' 전용 65㎡ 호가는 한 달 만에 1억원 이상 올라 14억5000만~15억원에 형성됐다. 전용 84㎡ 역시 지난달 16억2000만원에서 최근 17억원대로 상승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갭투자 제한을 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라 전국 각지에서 투자 문의가 들어온다"며 "10·15 대책 이후 계약을 미루거나 호가를 올리는 집주인도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동탄2신도시 내에서도 오산동·청계동 등 역세권 중심 단지는 거래가 활발하지만,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부동산 업계는 "투자 수요가 한쪽으로 쏠리면 단기 과열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추가 규제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규제 전 '막판 거래' 신고가 속출 … 전문가 "정밀한 지역별 규제 필요"

    한편 10·15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 15일에는 규제 적용을 피하려는 매수세가 몰리며 서울과 경기 곳곳에서 신고가 계약이 잇따랐다.

    양천구 '래미안목동아델리체' 전용 59.8㎡는 이날 15억5000만원에 팔리며 4개월 만에 1억3000만원 상승했고, 광진구 '자양9차현대홈타운'(82㎡)은 18억원으로 3억원 뛰었다.

    경기 과천 '래미안슈르'(84㎡)도 21억9000만원, 분당 '시범한양'은 19억8000만원에 거래돼 모두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대책 발표 직전 주말에는 매물 소진이 빨라 일요일에도 계약이 이어졌다"며 "이후엔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투기 억제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거래절벽·가격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투기 억제와 실수요 보호의 균형을 맞추는 정밀한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오르지 않은 지역까지 선제적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과잉 규제"라면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 경제 활성화에도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효선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DSR·LTV 강화로 실수요자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무주택 청년·신혼부부 내집마련이 위축될 것"이라며 "실수요층에만 DSR·LTV를 완화하고 소득대비 상환능력 기준을 세분화해 서민들의 내집마련 사다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