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인재 전쟁' 본격화 … 韓 기술자 스카우트 '러시'"보너스 포함 최대 2억 제시" … 韓 엔지니어 몸값 급등CXMT도 韓 기술자 영입 확대 … 국내 기업 '인재 방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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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인 엔지니어 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대만·일본·미국 등지에서 증설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인력에게 수억 원대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술 유출과 인력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링크드인'을 통해 대만 타이중 지역의 팹(공장)에서 일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경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AI(인공지능) 필수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이 만들어지는 대만 공장은 마이크론의 최대 D램 생산기지다.

    채용 방식은 현지 헤드헌터가 링크드인에 게재된 엔지니어들의 이력·프로필을 보고 접촉해 포지션을 제안하는 식이다. HBM과 패키징 관련 직무가 다수로, 일부 엔지니어에겐 임원급 직무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이 제안한 임원급 직무의 연봉은 회사 내부 직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업계에선 최대 2억원대(보너스 등 포함)로 추정한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엔지니어뿐 아니라 한국에 지사를 둔 외국계 반도체 장비업체, 디스플레이 업계 직원들에게도 이직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에는 대만 타이중에서 일할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의 경력 면접을 경기도 판교 일대 호텔에서 실시했으며, 오퍼 조건으로는 연차에 따라 원천징수 기준 최대 20% 임금 인상, 거주비 및 비자 프로세스 지원 등을 내걸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국내 주요 대학에서 '당일 채용(사전 지원자 대상)'이라는 파격 조건까지 걸고 채용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일본 히로시마, 미국, 싱가포르 공장으로 채용 범위를 넓히며 글로벌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증설 중인 주요 거점의 인력 충원뿐 아니라, D램 분야에서 앞서 있는 한국 기술진을 확보해 HBM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재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에 탑재될 HBM3E(5세대)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부족한 생산능력(캐파)을 보완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HBM 부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만뿐 아니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도 D램 생산 거점을 확충하며, 수익성이 높은 HBM을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2030년까지 HBM 시장이 1천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HBM의 성장세는 일반 D램의 성장세보다 뚜렷하고 이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돼 시장 본격 개화가 전망되는 HBM4(6세대)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메흐로트라 CEO는 "주요 고객사(엔비디아) 요구에 맞춰 대역폭을 초당 최대 11기가비트(Gb)로 높인 HBM4 고객 샘플을 전달했다. 우리의 HBM4는 경쟁사 제품을 능가한다"며 "HBM4는 내년 2분기에 첫 양산과 출하가 시작되고 내년 하반기 생산량도 늘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인력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기술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필요 인력은 2023년 33만8000명에서 2030년 45만3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SIA는 2030년 기준 반도체 제조 및 설계 부문에서 추가로 필요한 인력이 11만5000명이며 이 중 6만7000명(58%)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SMC,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풀이된다.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비즈니스 플랫폼 링크드인에 등록된 CXMT 임직원 381명 가운데 145명(38%)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출신이며, 이 중 51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26년간 D램 설계·개발을 맡았던 한국인이 CXMT 개발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재직하며, HBM3E(5세대)와 3차원(3D) D램 등 첨단 메모리 개발을 이끌고 있다.

    이에 기술 유출 위험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2019년 14건에서 2023년 23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출 내용으로는 반도체가 4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2020~2024년 5년간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은 총 23조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기업들도 인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7개 대학에 반도체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연간 약 3000명을 채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4개 대학에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해 연간 약 17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