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심광물 대중 의존도 24.2%, 美·EU 대비 최대 5배형석·마그네슘 등 추가 통제 가능성 … "자원안보 대응 시급"
  • ▲ ▲희토류 그래픽. 190605 ⓒ뉴시스
    ▲ ▲희토류 그래픽. 190605 ⓒ뉴시스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광물 수출 통제를 본격화하면서 한국 산업 전반에 '자원 안보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의 대중국 핵심광물 수입 의존도가 미국의 5배, 유럽연합(EU)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 소재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중국의 추가 통제는 '제2의 공급망 충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韓 대중 의존도 24.2% … 美·EU의 최대 5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중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핵심광물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24.2%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5.1%)의 4.7배, EU(8.4%)의 2.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의 대중 의존도는 2018년 17.3%에서 2023년 31.7%까지 급등했다가 지난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은 자원 자급률이 극히 낮고, 산업 구조가 중국산 원료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중국의 공급 통제 시 경제 충격 강도가 주요국보다 현저히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 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 공급망 의존이 깊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85.3%, 배터리용 가공금속의 50.9%, 양·음극재 활물질의 71.7%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반도체용 가공금속도 56.6%가 중국산이며, 형석(74.1%), 게르마늄·갈륨(51.2%), 백금족 금속(100%) 등 첨단 소재 대부분이 중국 의존 상태다.

    보고서는 "한국은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가 중국 공급망에 집중돼 있어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단기간 내 대체가 어렵고, 생산 차질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 17개 원소 중 7개를 이중용도 품목으로 지정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원소가 포함된 합금·산화물·자성(磁性) 재료 및 재활용 기술까지 통제 범위를 확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향후 형석·마그네슘·바나듐·베릴륨·알루미늄 등으로 통제 대상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형석과 마그네슘은 미국 내 비축량이 거의 없어 중국이 수출을 제한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 타격이 예상된다.

    형석은 반도체 식각, 핵연료 처리, 정밀 렌즈 등에, 마그네슘은 항공기·미사일 외장 등 방산 핵심소재로 쓰인다.

    한국 역시 이 두 광물의 대중 의존도가 70% 이상으로, 통제 시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

    김주혜 KIEP 연구원은 "중국의 광물 통제가 확대될 경우 한국은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형석·마그네슘 등 리스크 품목에 대한 비축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美·EU는 ‘脫중국’ 가속 … 한국은 여전히 25% 의존

    미국과 EU(유럽연합)는 이미 중국 의존도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이후 핵심광물의 대중 수입 비중을 꾸준히 줄였는데 작년까지 대중 수입은 연평균 2.8% 감소, 전 세계 수입은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U도 2022년 9.9%까지 치솟았던 의존도를 2023년 8.4%로 낮췄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핵심광물의 4분의 1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가 더디고, 산업별 비축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핵심광물 확보를 단순한 무역 이슈가 아닌 "산업 생존의 문제"로 본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전례처럼 한국도 광물 공급이 막히면 생산라인 중단 등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국가자원안보전략'을 통해 리튬·니켈·코발트·흑연 등 33종의 전략광물을 지정했지만 형석·마그네슘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비축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주혜 연구원은 "한국의 수입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에 중국의 광물 수출통제가 시행될 경우 한국은 더 큰 충격을 입을 수 있다"며 "핵심광물의 전략적 비축과 공급망 협력국 다변화, 민관 공동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