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신세계 잇단 조기 인사 … 롯데도 예년보다 한 달 앞당길 가능성성과 부진·경영 불확실성 속 조직 쇄신 기조 확산내수 침체·소비심리 위축 여파 … 체질 개선·수익성 강화 초점
  • ▲ 롯데그룹 본사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지주
    ▲ 롯데그룹 본사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지주
    고금리와 소비침체 장기화로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조기 인사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CJ그룹이 예년보다 한 달 앞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신세계그룹도 한발 빠르게 인사를 마무리했다.

    롯데그룹 역시 올해는 통상 시점보다 앞당긴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조직 쇄신을 서두르고 성과 중심 인사를 통해 긴장감을 높이려는 행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8월 임원 인사 평가를 마친 상태로 현재 인사 폭과 시기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0~11월 임원 평가를 거쳐 11월 말~12월 초 인사를 발표해왔던 관례를 감안하면 올해는 일정이 한 달 이상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롯데는 올해 하반기 그룹 VCM(옛 사장단 회의)을 처음으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신동빈 회장은 이 자리에서 각 계열사에 비상경영 체제 유지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진한 실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10월 말~11월 초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해온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10월 31일 인사를 단행하며 정교선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홈쇼핑 회장이 형제 경영 체제를 공식화한 바 있다.
  • ▲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바이오사업부문 대표(왼쪽)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겸 CJ푸드빌 대표이사 ⓒCJ그룹
    ▲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바이오사업부문 대표(왼쪽)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겸 CJ푸드빌 대표이사 ⓒCJ그룹
    CJ그룹은 지난 17일 2026년 CEO 인사를 단행하며 인사 시계를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겼다. 이에 따라 윤석환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대표와 이건일 CJ푸드빌 대표를 각각 신임 CEO로 내정하며 "단기 사업계획과 중기 전략을 조기에 확정하기 위한 선제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위기감 속 조기 인사를 통해 미래 전략의 속도전을 보이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핵심 포스트의 조기 교체를 통해 조직 전반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CJ는 향후 신규 경영리더 승진 인사를 중심으로 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후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신세계도 지난달 26일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보다 한 달 빠르게 이뤄졌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조기에 구축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디에프, 지마켓 등 성과가 부진했던 계열사 수장은 대거 교체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당면한 과제를 신속히 실행하고 미래 성장 계획을 한 발 앞서 준비하고자 조기 인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인사 시점 조정이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 체질 개선의 신호로 보고 있다. 주요 그룹들이 글로벌 사업 재편과 실적 부진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내년도 사업 전략을 서둘러 확정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 기반이 흔들리면서 유통업계의 구조조정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보다 2.4% 감소하며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4분기 87로, 3분기(102) 대비 큰 폭 하락했다. 백화점(103)을 제외한 온라인쇼핑(87), 편의점(83), 대형마트(81) 등 대부분 업태가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대한상의는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업태 간 경쟁 심화로 유통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CJ와 신세계가 포문을 연 만큼 롯데 역시 인사를 통해 변화 의지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실제 인사 폭이나 방향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만 유통업 위기감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인사 시계가 예년보다 확실히 빨라진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 ▲ 박주형 신세계·신세계센트럴 대표이사, 문성욱 신세계라이브쇼핑·시그나이트 대표이사 ⓒ신세계그룹
    ▲ 박주형 신세계·신세계센트럴 대표이사, 문성욱 신세계라이브쇼핑·시그나이트 대표이사 ⓒ신세계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