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 유산' 한국 미술 명작 30여 점, 글로벌 순회이건희 회장의 예술 철학, K-컬처 외교 초석으로의료·보건 이어진 유산 … 기부 선순환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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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3년 5월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한국현대미술의 선구자 수화 김환기의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언론공개회를 개최한 모습 ⓒ뉴시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기증품으로 구성된 '이건희 컬렉션'이 오는 11월부터 미국과 영국 등 세계적인 미술관을 돌며 해외 순회 전시를 시작한다. 이 선대회장의 유산이 K-컬처의 예술적 깊이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 해외 특별전이 다음달 3일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을 시작으로 시카고미술관, 내년 영국 대영박물관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이번 순회전은 지난 2021년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국립기관에 기증한 2만3000여 점의 미술품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명작들을 선별해 전시하는 특별 기획이다. 한국의 고미술부터 근현대 회화까지 총 30여 점이 전 세계 관람객과 만난다.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수집은 개인적 취향이자 철학의 표현이었다. 그는 생전에 대중 앞에서 미술에 대해 자세히 언급한 적은 없지만 국내외 미술계를 아우르는 수준 높은 컬렉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아니다"라는 지론 아래 이 회장은 수십 년에 걸쳐 한국 고미술과 서양 미술을 조용히 수집해왔다. 특히 겸재 정선, 김홍도, 청전 이상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한국 대표 화가들의 주요 작품과 피카소, 모네, 달리 등 서양 거장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소장했다.그가 수집한 컬렉션은 단순한 재력 과시가 아니라 한국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한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20년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유족들이 대규모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하며 "아버지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로 풀이된다. -
- ▲ 지난해 10월 서울대병원 주관으로 진행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모습 ⓒ삼성
이번 해외 순회 전시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한국 미술의 깊이와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의 장'으로서 의미가 남다르다.첫 전시가 열리는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은 미국 내 아시아 예술 전문 기관으로, 한국 미술 전시 이력이 많고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하는 곳이다. 이어지는 시카고미술관과 대영박물관 또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기관으로 이건희 컬렉션의 세계적 가치를 입증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 선대회장의 유산은 의료 분야에서도 기부 선순환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은 유족들이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을 위해 3000억 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의료기관들이 참여한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출범했다. 현재까지 2만2000여 명의 환아들이 진단·치료·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받았다.이 같은 나눔은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BTS 정국과 가수 이승기 등 유명 인사들의 잇따른 기부로 확산되는 선한 영향력의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다.이에 더불어 유족들은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 원을 추가 기부하며 인류 보건 증진에도 힘을 보탰다. 이 가운데 5000억 원은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투입돼 내년 착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나머지 2000억 원은 백신과 치료제 연구와 감염병 대응 기술 개발에 사용돼 공공의료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