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념일 공식메시지 없이 정중동 행보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대외 행보 힘 실어3분기 실적 반등 속 '뉴삼성' 구상 구체화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는 모습 ⓒ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는 모습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는다. 또 오는 25일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다. 그룹 안팎으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시점이지만 이 회장은 올해도 별도의 공식 메시지 없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 기념일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오는 27일 취임 기념일에 공식 입장이나 특별한 발언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 내부에서도 별도 행사는 예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외적으로 굵직한 의미를 지닌 기념일이지만 이 회장의 '조용한 리더십'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이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삼성의 경영성과는 분명히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글로벌 경기 악화 속에서도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80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2조 원대로 반등하며 시장의 기대를 웃돌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회장이 대외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며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자 이 회장은 본격적으로 해외 출장을 재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중동, 동남아 등지에서 글로벌 기업, 정상들과 연쇄 회동을 가지며 투자 협력 확대에 나섰다.

    지난 수년 간 공개 발언을 자제해왔던 이 회장이 최근엔 경영에 관련한 메시지를 직접 전하는 변화도 보였다. 지난 6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간담회에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 문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책임경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취임 3주년을 전후해 이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도 변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용하고 신중한 리더십을 고수해온 이 회장이지만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보다 명확한 전략적 방향성을 드러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 미래 먹거리다. 삼성은 이미 차세대 AI 반도체 및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에서도 글로벌 선두권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이 회장이 내년부터는 보다 본격적인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취임 3주년이 조용히 지나가더라도 향후 행보에는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 이건희 회장의 5주기를 맞아 전날 추모 음악회를 개최한 삼성은 오는 25일에는 수원 선영에서 비공개 추모 행사를 조용히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과 일부 주요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