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당 대출 논란에 산은 내부통제 도마 위, 공적자금 사금고화 비판첫 국감부터 엇박자 답변 … 불안한 리더십 드러낸 박상진 회장산은 개혁·신뢰 회복 과제 '산더미' … 내부통제 리스크 경고등
  • ▲ ⓒ연합
    ▲ ⓒ연합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첫 국정감사 무대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며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주요 현안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듯한 답변으로 빈축을 사면서 '불안한 출발'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 내부출신 첫 회장으로 조직 안정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공적자금 운용과 내부통제 문제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륜진사갈비 운영사 '명륜당' 대출 논란과 관련한 질의에 대부분 "검토 중", "파악 중"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구체적 사실관계나 향후 대응 계획을 제시하지 못해 "리스크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위원은 "공적자금 운용기관 수장으로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산업은행은 명륜당에 총 1270억원을 대출했고, 이 중 800억원 이상이 명륜당이 운영한 대부업체로 흘러가 가맹점주에게 고금리로 재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처분 이후에도 240억원이 추가로 지원된 점을 두고 내부통제 실패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기한연장 성격의 자금이었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한 연장이 아닌 신규 대출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한 연장과 신규 대출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회장이 해당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산은 역사상 첫 내부출신 회장으로 임명되며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잠재울 카드로 주목받았다. 정치권 외압에서 벗어나 내부 전문가 중심의 안정적 경영체계를 구축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취임 석 달 만에 국감 첫 등판부터 존재감이 희미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내부출신 인사라는 상징성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산은 내부출신이지만 리더십 검증 기회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책금융기관의 수장으로서 위기 상황에서 즉각 대응할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산은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미등록 대부업체로의 자금 전용이 밝혀졌음에도 산은이 사후 조치에 소극적이었던 점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이 민간기업의 '고리대 창구'로 전용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금융당국의 관리 책임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 

    산은은 "명륜당 대출 건에 대한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며, 자금 흐름과 사용처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조직 내 실질적 리스크 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산은은 수년째 대규모 구조조정과 자금지원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 도덕적 해이, 조직 내 의사결정 지연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다. 박 회장은 내부출신 회장으로서 외부의 낙하산 개입을 차단하고, 내부 시스템 중심의 자율적 책임 경영을 확립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미흡한 대응으로 산은을 이끌 리더십에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 수장은 위기 때 조직과 정부, 시장의 신뢰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안정적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외부 눈치를 보기보다, 내부통제와 책임경영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