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립 신생 신탁사…차입형 신탁사업으로 성장지난해부터 수익성지표 악화…영업익 1년만에 반토막부채총계 140억→4480억…신용등급 'BBB+/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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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본사가 위치한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 ⓒ네이버지도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외형성장과 재무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차입형 신탁사업을 중심으로 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수주전략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신탁수입이 줄어든 가운데 부채는 2년새 3100% 급증하면서 신용등급까지 하향조정되는 위기에 직면했다.22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2019년 5월 한국투자금융지주에 의해 설립된 신생 신탁사로 같은해 10월 금융당국 인가를 받고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했다. 초대 대표로는 20년간 부동산신탁 전문가로 활약했던 이국형 전 하나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선임됐다.2019년은 신탁업계 '파이싸움'이 본격화됐던 시기다. 이전까지 국내 신탁업계는 1996년 설립된 한국토지신탁을 시작으로 11개사 체제가 유지됐다. 그러다 2019년 한국투자부동산신탁과 대신자산신탁, 신영부동산신탁 3개사가 신규인가를 받으면서 신탁사간 경쟁이 치열해졌다.관리형 토지신탁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사업을 육성해왔던 신탁사들은 앞다퉈 차입형·책임준공형 신탁사업 등 고위험, 고수익 사업에 뛰어들었다.한국투자부동산신탁도 후발주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립 초창기부터 공격적인 사업전략을 택했다. 설립후 2년만인 2021년 상반기 첫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안정세를 찾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차입형 신탁사업 확장에 나섰다.차입형 신탁사업은 부동산신탁사가 시행사를 대신해 자금조달과 공사발주, 운영 등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사업방식이다. 건설업계 자체 분양사업과 비슷한 개념으로 관리업무만 수행하는 관리형 토지신탁사업보다 수익성이 높지만 미분양이나 공사지연에 따른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해 위험부담이 크다.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21년 192억원에 머물렀던 영업수익(매출)은 이듬해 398억원, 2023년 540억원으로 2년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하지만 2024년부터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미분양, 공기지연 리스크가 커지면서 재정부담이 늘어난 까닭이다.지난해 경우 매출은 736억원으로 전년대비 36.3% 늘었지만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267억원에서 138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신탁사가 차입형 신탁사업 등에 직접 투입하는 비용인 신탁계정대가 급증하면서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실제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신탁계정대 규모는 2023년 2334억원에서 지난해 5655억원으로 142% 급증했다. -
신탁계정대는 사업비 조달을 위해 신탁사가 직접 조달하는 자금을 말한다. 미분양이나 공사지연, 공사비 상승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대손비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부동산시장 불황기엔 투입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신탁사 재무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상반기에도 수익성 지표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전년동기 47억원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면 신탁계정대는 6303억원으로 지난해말대비 11.5% 늘었다.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신탁계정대 등 비용 증가로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연도별 부채총계는 △2022년 169억원 △2023년 1074억원 △2024년 3974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상반기 기준 부채총계는 4480억원으로 2023년 상반기 140억원대비 2년만에 3100% 급증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도 187%로 재무부실 판별기준인 200%에 육박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신용등급까지 하향조정되면서 단기간내 실적 및 재무건전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신용등급은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됐다.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신탁계정대 관련 충당금 적립 수준이 경쟁업체 대비 낮아 사업장 분양률 개선 여부에 따라 대손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며 "차입금 전액을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조달하고 있어 유동성 부담은 낮은 편이나 신탁계정대 확대로 재무안정성은 현 수준대비 저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