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시장 3년 연속 역성장 속 '대중화' 승부수'비전프로'보다 45% 저렴 … 성능·무게 압도구글 협력으로 완성도 높여 … 콘텐츠 한계도 보완
  • ▲ 삼성전자 모델들이 삼성 강남에서 '갤럭시 XR’을 체험하는 모습.ⓒ삼성전자
    ▲ 삼성전자 모델들이 삼성 강남에서 '갤럭시 XR’을 체험하는 모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첫 확장현실(XR) 헤드셋 ‘갤럭시 XR’을 공개했다.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과 무게는 덜고 성능은 더해 XR 시장 대중화와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XR 시장 정체 속 ‘대중화’ … 가격·생태계 허들 낮춰

    22일 서초구 강남 삼성에서 열린 ‘멀티모달 AI(인공지능)의 새로운 시대, 더 넓은 세상이 열린다’ 미디어 간담회에서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갤럭시 XR은 업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삼성)와 소프트웨어(구글)의 결합으로 탄생한 제품”이라며 “XR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XR 시장은 무게, 가격, 콘텐츠 부족이라는 세 가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정체된 상태였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X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XR 시장의 대중화를 목표로 제품 설계와 가격 정책 모두에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수익성보다 누구나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XR 생태계를 구현하는 게 목표다. 

    실제 이날 발표한 갤럭시 XR의 출고가는 269만원으로, 애플 ‘비전프로’(3499달러·한화 약 490만원)보다 45% 이상 저렴하다. 초도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5만~10만대를 점치고 있다. 

    가격은 낮췄지만 성능은 강화했다. 갤럭시 XR은 ‘4K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와 ‘스냅드래곤 XR2+ Gen2’ 플랫폼을 탑재해 경쟁 제품 대비 화질과 구동 성능을 개선했다. 무게는 545g으로, 애플 비전프로(600~650g)보다 가볍다. 

    또한 ‘멀티모달 AI’에 최적화해 완성도도 높였다. 텍스트, 이미지뿐만 아니라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다. 사용자는 음성·시선·제스처 기반의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고해상도 패스스루 카메라 2개에 공간·동작 인식 카메라 6개, 안구 추적 카메라 4개 등으로 정밀한 화면·동작 인식 기술이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공동으로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OS)를 탑재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제약도 극복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앱은 대부분 실행 가능하며, 구글 지도·포토·유튜브 XR 등 구글의 주요 서비스와 스마트폰 기능이 그대로 구현된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출시까지 전 단계를 구글과 협업한 덕분이다. 구글의 AI 어시스턴트 제미나이에 대화에 특화된 ‘제미나이 라이브’가 탑재, 사용자가 보는 것과 듣는 것을 AI가 같이 인식하고 주변 환경과 맥락을 파악해 매끄러운 작업을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구글을 넘어 어도비, MLB, NBA, 캄(Calm), 어메이즈 VR 등과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협업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이 XR 전용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쿠팡 플레이 및 티빙과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도 협력해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 ▲ 삼성전자의 '갤럭시 XR' 실제 제품.ⓒ이가영 기자
    ▲ 삼성전자의 '갤럭시 XR' 실제 제품.ⓒ이가영 기자
    ◇“생각보다 가볍고 생생해” … 현실과 가상 경계 흐릿

    기자는 이날 현장에서 약 10분간 갤럭시 XR을 직접 착용해 봤다. 첫 인상은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편하다’였다. 

    이마와 머리 뒤쪽의 압력을 고르게 분산하고 탈부착에 따라 외부 빛을 막는 외부광 차단 패드가 붙어있는 등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설계됐다는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도 목에 부담이 없었고, 머리 조임이나 여타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마에 닿는 부분에는 부드러운 소재의 쿠션을 적용해 장시간 사용도 가능할 것 같았다. 

    갤럭시 XR은 배터리를 충전해 사용하는데 완충 시 일반 사용 기준 최대 2시간, 동영상 시청 시 최대 2시간 30분을 사용할 수 있다. 충전 중에도 사용이 가능해 실내 환경에서는 사실상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헤드셋 디스플레이의 우측 상단에 있는 작은 버튼은 스마트폰의 홈버튼처럼 작동하고, 오른쪽 측면에 있는 터치패드로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멀티모달 기능이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의 경우 물리적 터치패드를 이용해 조작이 가능하다.

    기기를 처음 착용하면 사용자의 거리감과 시선 위치를 측정해 최적화된 시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튜토리얼’을 거친다. 이는 멀티모달 AI를 구현하기 위한 초기 설정 과정으로, 개인별 시야와 공간 인식을 학습해 몰입감을 높인다. 엄지와 검지를 맞닿게 하는 제스처는 마우스의 우클릭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처음 써보는 이용자도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는 수준이었다. 

    AI 기능을 활용하면 사진을 눈앞의 현실처럼 입체적으로 구현하거나 정지 이미지를 영상처럼 재생할 수 있다. 기자가 체험한 몰디브 360도 파노라마 영상은 실제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줄 만큼 사실적이었다. 시선이 움직이면 풍경이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펼쳐졌고, 햇살에 반사된 파도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까지도 실감 나게 구현됐다. 이어 감상한 아이돌그룹의 공연 영상은 무대 바로 앞에서 관람하는 듯한 현장감을 줬다. 다만 인물이 중심인 영상의 경우 풍경 영상에 비해 일부 어색한 움직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