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보조금 앞세워 12인치 라인 10곳 이상 구축공격적 투자로 1위 소니 추격 … '패널 굴기' 2라운드K-디스플레이, OLED '선택과 집중' … 수율·원가 부담
-
- ▲ 삼성전자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애플과 메타에 이어 삼성까지 확장현실(XR) 헤드셋 출시에 나서면서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올레도스(OLEDoS) 기술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중국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올레도스 생산 라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어 ‘포스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겨냥한 공급망 선점전이 벌써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2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XR’ 헤드셋 기기에는 4K, 3800ppi 해상도의 1.3인치 올레도스 패널 탑재가 유력하다. 공급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소니나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으로 추측하고 있다.곧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애플의 ‘비전프로’ 2세대 모델에도 올레도스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예정이다. 앞서 애플은 ‘비전프로’ 1세대 모델에도 3391ppi, 1.42인치 올레도스 패널을 채용한 바 있다. 메타 역시 내년에 출시될 ‘퀘스트’ 시리즈에 약 0.9인치 크기의 올레도스 패널을 탑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글로벌 브랜드들이 잇달아 동일한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선택하면서 올레도스 기술의 개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올레도스는 1인치 안팎의 작은 화면에 4K 이상의 초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실리콘 웨이퍼 기판 위에 OLED 소자를 형성해 초고밀도 픽셀을 구현하기 때문에 가상현실(VR)·혼합현실(MR) 기기에서 요구되는 정밀한 화질 구현이 가능하다. 기존 유리기판 OLED 대비 더 얇고 가벼워 헤드마운트(HMD·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 기기 경량화에도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VR·MR 시장이 확대되면서 올레도스 패널의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5년 글로벌 VR·MR 기기 출하량은 560만대로 일시 둔화하지만 2030년에는 약 1440만대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올레도스 침투율이 58%까지 높아질 것”이라 내다봤다.VR·MR 제품의 가격은 디스플레이 기술에 크게 좌우된다. 현재는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액정표시장치(LCD)가 주류지만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대거 올레도스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글로벌 브랜드들이 고해상도·경량화를 위해 올레도스를 적극 채택하면서 향후 침투율이 눈에 띄게 높아질 것이라는 게 트렌드포스의 설명이다.현재 올레도스 시장은 일본 소니가 독점하고 있다. 소니는 앞서 1세대 비전프로에도 단독으로 올레도스 디스플레이를 공급한 바 있다. 중국 또한 올레도스 시장이 유망하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공급망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시야(Seeya), BOE, 시드텍(Sidtek) 등 10여 개 중국 내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이 이미 12인치급 올레도스 생산라인을 구축하거나 착공 중이다. 기업별 투자 규모는 5억~60억 위안(한화 약 999억~1조1989억원)에 달하며, 일부는 쓰촨성·안후이성 등 지방정부로부터 투자와 재정 지원도 받고 있다.특히 시드텍은 쓰촨성 난충시에 올해 연말까지 세 번째 올레도스 생산가지를 지을 예정이다. 내년 말에는 시제품을 양산하고 2027년부터는 본격 양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드텍은 이미 안후이성 우후에 8인치 12인치 올레도스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세 번째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생산거점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수요확대 대응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시야 또한 기존 허페이 공장 내에 연 6000장 규모의 마이크로 올레드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중국이 정부 보조금과 지방 유치 경쟁을 통해 올레도스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패널 굴기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평가다.올레도스는 아직 수율과 단가가 안정되지 않아 대규모 설비를 짓는 경우 초기 투자비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그럼에도 중국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는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과 공급망 전략에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2년 ‘가상현실과 산업응용 융합발전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XR 단말 2500만대, 산업 규모 3500억 위안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 신호에 맞춰 지방정부는 세제 감면과 보조금을 결합해 디스플레이 기업을 유치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리스크를 정부가 흡수해주는 구조다. 여기에 ‘선(先)캐파 후(後)수요’ 전략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납품 기회를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반면 한국은 리스크 관리 중심의 접근을 택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올레도스 기술은 이미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양산 경험은 없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23년 적녹청(RGB) 올레도스 기술을 보유한 이매진을 인수, 올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XR에 일부 탑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정도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레도스 제품을 선보인 바 있지만 올해는 차량용 대형 OLED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XR용 올레도스가 유망한 기술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당장 시장 수요와 단가·수율이 불확실하다는 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시각이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웨이퍼 기반이라 기존 유리기판 OLED와 공정·장비 체계가 완전히 다르며, 실리콘 백플레인 공정을 외주에 의존해야 해 초기 투자비와 원가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확실하고 수익성이 검증된 8.6세대 IT용 OLED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는 상황이다.업계 관계자는 “올레드 라인 투자만으로도 당분간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올레도스는 기술 성숙과 고객사 양산 커밋이 확보될 때까지는 파일럿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정부 주도형 공급망을 키워가고 있는 만큼 한국은 기술 신뢰성과 수율 경쟁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OLED 이후 시대를 대비한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