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액세서리 조기 품절… 체험수요도 폭증가격·기능 균형 전략 '틈새 공략' 효과내년 글로벌 확대 돌입 … 생태계 경쟁 본격화
  • ▲ 삼성스토어 홍대에서 헤드셋 형태의 모바일 기기 '갤럭시 XR'을 체험하는 모습.ⓒ삼성전자
    ▲ 삼성스토어 홍대에서 헤드셋 형태의 모바일 기기 '갤럭시 XR'을 체험하는 모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첫 확장현실(XR) 기기 ‘갤럭시 XR’이 출시 직후부터 국내외서 빠르게 관심을 얻고 있다.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용 컨트롤러가 온라인에서 조기 품절되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XR 전용 옵션 액세서리인 컨트롤러와 휴대용 케이스 재고는 미국에서 출시 후 몇 시간 만에 품절됐다. 현재 재입고 알림을 신청한 소비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안내가 이뤄지고 있지만, 초기 공급량이 적어 당분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진다.

    별매 액세서리가 출시 직후 품절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수요가 견조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트롤러 한 쌍의 가격은 250달러(약 36만원)이지만, 출시 당시 175달러 할인 판매가 적용된 점을 감안해도 조기 품절은 이례적이다.

    국내 관심도 뜨겁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출시 일주일 만에 전국 7곳의 삼성스토어에서 운영 중인 체험존 예약은 빠르게 마감됐다. 현재까지도 수도권 주요 매장은 주말은 물론 평일 인기 시간대에도 예약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체험존 방문 예약자의 약 70%가 1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나, 젊은층의 관심이 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갤럭시 XR은 지난달 22일 한국과 미국 시장에 동시 출시됐다. 시선 인식과 손동작 인식 기능을 기반으로 한 ‘멀티모달’ 조작 방식을 지원해 기존 XR 기기 대비 편의성을 강조했다. 고해상도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와 퀄컴의 XR 전용 칩셋을 적용해 화면 선명도와 반응 속도도 크게 개선했다. 구글이 개발한 XR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XR’ 기반 콘텐츠와 연동해 몰입형 경험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출시 직후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XR 시장은 애플과 메타가 주도해왔지만, 애플의 ‘프로비전’은 300만원대 초고가 전략, 메타의 ‘퀘스트3’는 중저가 대중화 전략으로 각각 장점과 한계가 뚜렷했다. 삼성전자는 두 전략의 중간대 가격에 생산성 기능과 게임·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모두 갖추며 ‘틈새를 파고든 포지셔닝’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이러한 균형점이 초기 사용자군을 빠르게 확보하는 데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내년부터 갤럭시 XR 판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한국과 미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지만, 유럽 주요국과 캐나다·영국 등으로 출시 범위를 넓힌다. 시장 확대를 위한 초석 마련 차원으로 풀이된다.

    초기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에서 컨트롤러가 빠르게 품절된 것은 사용자들이 생산성 기능뿐 아니라 게임·영상 체험처럼 정밀 조작이 필요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경우 향후 XR 번들 구성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으며,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확보 전략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에서는 하드웨어보다 콘텐츠가 기기 확산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XR은 컨트롤러 없이도 시선과 손동작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게임이나 정밀 입력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컨트롤러 사용이 더 안정적이다”며 “컨트롤러가 먼저 품절됐다는 점은 초기 이용자층이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원하는지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XR 기기는 결국 사용자가 실제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얼마나 빨리 늘어나느냐가 관건”이라며 “삼성이 제조 기술과 플랫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면 초기 반응이 중장기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