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1위 인구·중산층 급성장하는 블루오션구광모 회장, 6월 R&D·배터리 생산라인 점검도中 가전 공세 맞서 현지 완결형 구조·B2B 강화
  • ▲ LG전자 인도네시아 땅끄랑 생산기지에서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다.ⓒLG전자
    ▲ LG전자 인도네시아 땅끄랑 생산기지에서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다.ⓒLG전자
    LG전자가 ‘포스트 인도’를 잇는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인도네시아를 꼽고 현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생산·연구개발(R&D)·판매를 아우르는 완결형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중국산 가전제품에 대응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인도네시아 진출 35주년을 맞아 현지에서 간담회를 열고 향후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하상철 LG전자 인도네시아법인장은 “LG전자는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핵심 생산 및 연구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현지 인재와 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글로벌 사우스 전략 강화에 따라 인도네시아 최근 현지 사업에 더욱 힘을 싣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인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를 공략,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고 이들 지역의 성장세에 함께 올라타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과거 일본 브랜드 가전의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중국산 가전의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어 시장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 공략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방어해야 하는 전략적 지역인 셈이다. 

    LG전자는 지난 1990년 인도네시아에 처음 진출했다. 최근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한 인도보다 무려 7년이나 앞선 수준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내 2개의 생산기지(찌비뚱·땅그랑)에서 TV와 모니터, 사이니지, 냉장고, 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TV사업(당시 HE사업본부)의 첫 해외 R&D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그룹에서도 LG이노텍(2000년), LG CNS(2006년), LG에너지솔루션(2021년) 등이 진출해 현재 총 10개의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 내에서 제품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있는 ‘HLI그린파워’의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찌비뚱 생산 R&D법인과 현지 가전 유통매장을 찾아 경쟁력을 점검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인도네시아 첫 배터리셀 공장이다.

    LG전자가 일찍부터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동남아시아 1위, 세계 4위 규모인 인구와 중산층의 소득수준 증가로 인한 프리미엄 가전 시장 성장 등이 지목된다. 

    실제 LG전자의 인도네시아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결 재무 기준 2023년 상반기말 1조4166억원이었던 LG전도 인도네시아 법인(LGENI) 매출액은 지난해 반기 말 1조5852억원, 올해 상반기 말 1조6613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내 상업용 디스플레이·기업간 거래(B2B) 사업 강화가 실적 개선을 이끈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인도네시아는 일본 가전제품들이 주름잡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특히 중국 가전제품들의 침투가 빠르게 늘며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샤오미, TCL, 하이센스 등 중국 브랜드의 TV·소형가전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현지 조립을 통해 저가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LG는 인도네시아 내에서 ‘현지 완결형’ 구조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간거래(B2B)를 통해 현지 수요 창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그간 쌓아온 품질과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선 연구개발–생산–판매–서비스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운영함으로써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앞서 정보디스플레이 전 제품군의 국산화율(TKDN)을 최소 4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지 B2B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LG전자는 지난 9월 인도네시아에서 100인치 QNED 에보(QNED EVO) 미니LED TV와 프리미엄 마이크로 LED ‘LG 매그니트(MAGNIT)’ 신제품을 선보이며 현지 호텔·기업 고객 대상으로 한 디스플레이 사업 강화에 나섰다. 동시에 나노셀(NanoCell) 기술 기반의 상업용 TV와 ‘LG 전자칠판(CreateBoard)’ 등 교육·공공기관용 스마트 보드도 확대 공급 중이다. 

    중국 브랜드의 저가 공세로 일반 소비재 시장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호텔·오피스·공공으로 대표되는 B2B 디스플레이 수요와 프리미엄 대형 TV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시에 인공지능(AI)과 ‘LG 씽큐(ThinQ)’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혁신 제품 비중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도 강화해 프리미엄 제품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주요 대형 유통사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현지 온라인몰 입점 브랜드숍을 늘려 소비자 접점을 더욱 다변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