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약사, 중국 기업 간 역대 최대 규모 기술이전 계약중국의 혁신기술·일본의 품질관리가 결합된 파이프라인 구축양국간 바이오 협력이 조용한 외교의 가교역할한다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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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케다
    일본 대형 제약사 다케다가 중국 이노벤트와 최대 114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항암제 라이선스인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제약사가 중국 기업과 맺은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다케다는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와 비소세포폐암·대장암 치료제 후보물질 'IBI363', 위암·췌장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IBI343'의 중국 외 개발과 제조, 상용화를 위한 라이선스 및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또한 초기 임상 단계의 ADC(항체-약물 접합체) 후보물질 'IBI3001'에 대한 옵션권도 확보했다.

    다케다는 이노벤트에 1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포함해 총 12억달러의 선급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세 후보물질이 모두 마일스톤을 달성할 경우 이노벤트는 최대 102억달러를 추가로 받게된다. 이를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114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다케다는 향후 이 후보물질의 생산 시설을 미국에 건설할 계획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중국의 경제적 경쟁자이자 그 자체로 세계적 바이오제약 강국으로 자리해왔다. 다케다·오츠카·에자이 등 일본 대형 제약사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 기업과 협력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의약품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판도가 바뀌고 있다. 중국의 바이오 산업이 복제 중심에서 최첨단 기술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혁신의 방향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HUTCHMED이 개발한 대장암 치료제 '프루퀸티닙'은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성공을 거둔 뒤 2023년 다케다가 전 세계 독점권을 확보하며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모두 동급 최초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이후 일본 제약사들은 중국을 단순한 시장이 아닌 혁신의 원천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간소화된 의약품 승인 절차를 높은 잠재력으로 본 것이다. 

    에자이는 2023년 중국 항저우의 블리스바이오(BlissBio)와 유방암 치료용 항체-약물 접합체 'BB-1701'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최대 20억 달러 규모의 마일스톤 지급에 합의했다. 

    이는 에자이가 단순히 중국 시장진출을 위해 중국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혁신적 우위에 베팅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올해 3월 에자이는 BB-1701에 대한 글로벌 옵션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프로젝트에서 철수했다. 이로 인해 블리스바이오가 단독으로 개발과 상업화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0년 중국과 일본은 톈진에 중·일 보건산업 발전 협력 시범구를 설립해 500억 위안(약 71억 달러) 규모의 13개 바이오의약품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두 지방정부가 다케다와 손잡고 다케다 중국 이노베이션 센터를 출범시키며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양국의 국경 간 바이오 파트너십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접근을 열고, 비용과 위험의 부담을 분담하며, 인재와 기술의 중요한 교류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의 바이오 허브와 제조·혁신 역량이 일본의 품질관리·R&D 시스템과 결합되며 바이오제약 파이프라인을 위한 견고한 기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협회는 "중국과 일본 간의 바이오기술 협력이 조용한 외교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며 "역사적 긴장, 영토 분쟁, 지역 및 해양 안보 우려 속에서 바이오 분야는 중국과 일본에게 드문 중립 기반, 즉 이데올로기 대결을 넘어 양국간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