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계기 韓 기업과 AI 반도체 동맹 결성美中 갈등 속 핵심 AI 허브로 떠오른 한국별도 공급계약 체결 후 공식 발표 나설 듯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엔비디아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엔비디아
    세계 최대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내 주요 기업들과 대규모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력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AI 3대 강국' 전략과 맞물려 미중 갈등 속에서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엔비디아의 이해관계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29일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과 신규 공급 계약을 맺고 오는 31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각 기업별로 계약이 체결되며 세부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발표 시점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특별세션 직전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이다.

    황 CEO는 오는 30일 서울 강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찬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양 회장 간 회동으로 알려졌으나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동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신들은 이번 계약이 한국을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육성하려는 황 CEO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는 AI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경주 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AI가 모두를 위한 도구로 자리 잡길 바란다"며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AI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AI 산업에 적극 지원할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황 CEO는 전날 워싱턴DC 개발자 행사(GTC)에서 "한국 국민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 반길 만한 소식이 곧 있을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생태계는 매우 강력하고 모든 기업이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미중 갈등으로 중국 사업이 제한되자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HBM3E(12단) 제품 공급을 앞두고 있으며 양사는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더불어 SK그룹과 함께 엔비디아·오픈AI·소프트뱅크가 주축이 돼 추진 중인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도 참여가 예정됐다. 엔비디아 칩이 삼성전자 데이터센터에 탑재돼 연산 효율 향상에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SK그룹의 경우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울산에 약 7조 원(49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립 중이며 이곳에 엔비디아 칩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AI 기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하드웨어와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로봇, 자율주행 분야에서 기술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네이버 역시 엔비디아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 5월 대만에서 황 CEO를 만나 AI 데이터센터 사업과 GPU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에 엔비디아의 AI 플랫폼 'NeMo'를 결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