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외환 유출 지속 우려·강달러에 환율 상승 압력미국 투자 늘어나며 국내 투자 여력 감소도 부담 요인 올해 연평균 환율, IMF 외환위기 직후 기록 넘을 가능성
  • ▲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의 극적 타결에도 달러당 1400원대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30원대를 넘나들면서 1400원대 고환율이 뉴노멀로 고착되는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간 200억달러 규모로 확정된 대미투자는 장기적으로 외화 유출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2월 금리 인하 신중론에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8원 오른 1428.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피가 연일 신고점을 갱신하고 있는데도 환율이 여전히 1400원대를 웃돌며 원화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통상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면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에는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불확실성은 일단락됐지만 재정 부담 우려는 여전해 원화는 강세 흐름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미 투자펀드 총 3500억달러 가운데 2000억달러는 현금으로 투입하되, 이를 10년에 걸쳐 매년 최대 200억달러씩 분할 투자하기로 했다. 현금투자분의 연간 투자 상한액을 200억달러로 제한하면서 외환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했다는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을 건드리지 않고 한국은행이 1년 내 이자 등으로 조달할 수 있는 외환 규모는 연간 150억달러 내외 수준이다. 또 기업의 투자여력이 미국이 줄어들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 역시 한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미 현금투자가) 매년 30조원 가까이가 집행되는데 2019~2024년 설비투자 연평균 신규 증분액인 11조원을 상회한 규모"라며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에도 해외 투자 확대로 달러 순공급이 축소되고 있는데, 추가로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공급 축소가 더해지면 외화 수급은 간접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국가신용도와 환율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킹달러' 재현으로 올해 연평균 환율은 주간종가 기준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평균 환율은 1413.7원으로,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연평균 환율인 1394.9원을 웃돌고 있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할 경우 올해 연평균 환율은 외환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 처음으로 연평균 1400원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진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물환 시장을 통하지 않는 달러 유출이라 하더라도 외환보유액의 감소는 국가 신용도 저하, CDS 프리미엄 상승, 외국인 자금 이탈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간접적인 환율 상승 압력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를 단순 회귀관계로 환산하면 연간 상한 투자 금액 200억달러 유출 시 약 100원 전후의 환율 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한미 관세협상의 불확실성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도 양국이 구두로만 협의결과를 언급하고 있을뿐, 공동성명·합의문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미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은 모든 합의 사항을 분야별로 문서화하고 양국 정상이 직접 서명했지만 한국은 합의문도, 공동성명도, 서명도 없었다"며 "정부는 즉시 협상문을 공개하고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미 연준이 12월 금리 인하에 선을 그은 것도 강달러 흐름을 자극할 것이란 관측이다. 엔화 약세도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장기 연방정부 폐쇄 기간인 35일을 넘어 이번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달러화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 연준 총재와 인사들의 추가 금리인하 관련 발언과 엔화 추가 약세 여부도 주목할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