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이지만 해외서만 처방" … 엑스코프리, 6년 만에 국내 허가미국, 유럽 등에서 먼저 승인 획득 … 글로벌서 효능 검증된 신약일부 환자 약 처방위해 미국행 … 의료계, 신속한 급여등재 촉구
  • ▲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 ⓒSK바이오팜
    ▲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 ⓒSK바이오팜
    국산 신약이지만 정작 한국 환자들은 쓸 수 없었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가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다. 엑스코프리는 해외에서 먼저 효능을 인정받아 연 매출 5000억원을 넘겼다. 

    국내에서는 아직 약가 책정, 급여 등재 등 절차가 남았지만 환자들은 환영하고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으면서 국산 41호 신약이 됐다. 

    엑스코프리는 성인 뇌전증 환자에서 2차성 전신발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부분발작 치료의 부가요법으로 허가됐다. 기존 치료제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지속되는 난치성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엑스코프리는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뇌의 흥분성 신호를 전달하는 나트륨 채널을 차단해 신경세포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기전으로, 다른 약물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에서도 발작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이에 엑스코프리는 2019년 미국, 2021년 유럽, 2023년 캐나다에서 연이어 승인됐다. 반면 한국에서는 6년 만에 뒤늦게 품목 허가를 받았다. 

    업계에선 국내 낮은 약가가 글로벌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허가를 늦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제약사들은 한국에서 먼저 허가받을 경우 해외 약가 산정 시 기준이 돼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 어렵다는 부담을 호소해왔다.

    그 사이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의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 SK바이오팜의 연결 기준 매출은 3049억원, 영업이익은 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3%, 140.9% 증가했다. 바이오기업이 자체 신약으로 실질적 영업이익을 내는 사례는 국내에서 드물다.

    국내 허가로 처방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약가와 급여등재'가 최대 과제로 남았다. 홍승봉 성균관대 의과대학 신경과 명예교수는 "엑스코프리는 현재 시중에 나온 뇌전증 치료제 30여개 중 가장 효과가 좋고 전체 뇌전증 환자의 30%를 차지하는 약물 난치성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약이지만 허가만으로는 환자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다"며 "빠른 약가 협상을 통해 꼭 필요한 환자들이 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환자는 2018년 14만5000명에서 2022년 15만2000명으로 늘었다. 다만, 사회적 편견 탓에 실제 환자 수는 약 25만 명으로 추산된다.

    SK바이오팜은 직판망을 보유한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파트너링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엑스코프리 판권을 로열티 없이 동아에스티에 이전했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내 급여등재를 신청하고 2027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는 신약 허가 심사절차 개편 이후 신속심사 1호 사례로, 환자 접근성 확대에 상징성이 크다"며 "앞으로도 혁신 신약이 국내 의료현장에 빠르게 도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