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한화·코오롱·신세계 사장단 인사로 수장 교체'재무통' 약진 눈길…부채비율 등 지표개선 '시급'각기 다른 해법…불확실성 속 '체질 개선'에 방점
  •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식 SK에코플랜트 대표, 김우석 한화 건설부문 대표, 강승협 신세계건설 대표, 김영범 코오롱글로벌 대표ⓒ각사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식 SK에코플랜트 대표, 김우석 한화 건설부문 대표, 강승협 신세계건설 대표, 김영범 코오롱글로벌 대표ⓒ각사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잇따라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나서며 인적쇄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장기화되는 건설경기 불황과 현장 안전사고가 맞물리자 경영진 교체를 통해 수익성 강화, 안전관리 역량 제고라는 '두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것이다.  연말 주요 건설사 인사발표가 남아 있는 만큼 CEO 교체를 통한 체질개선이 확산될지 관심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에코플랜와트와 한화 건설부문, DL건설,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잇따라 CEO를 교체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주택분양 부진, 수익성 악화와 안전사고,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복합적인 악재가 이어지자 건설사들이 경영 정상화와 위기 돌파를 위한 인적쇄신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4개사 공통 과제는 재무 안정화…'재무통' 출신 CEO에 쏠린 눈

    먼저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30일 김영식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SK에코플랜트는 김 신임 사장이 반도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통한 성과 창출로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공개(IPO) 추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1967년 12월생으로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말 SK하이닉스 인사에서 포토기술그룹장(상무)으로 승진하며 임원에 올랐다. 포토 공정은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는 과정으로 반도체 8대 공정 중 핵심이다. 김 사장은 이후 제조·기술담당과 양산총괄 등을 거치며 HBM 양산체계를 구축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부터 환경·에너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단기 실적부진과 재무부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김 사장은 향후 수익성 강화와 내실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 건설부문은 김우석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신임대표로 선임했다. 김 내정자는 30년간 한화그룹에서 경영지원실장, 한화컨버전스 대표,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CFO)을 거친 그룹내 대표적 재무전문가다. 곳간지기에서 사업수장을 맡게 된 그는 한화 건설부문이 복합개발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수익성과 리스크를 균형 있게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주택통이나 현장통이 아닌 재무관리자를 대표로 선임한 것은 외형 확대보다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며 사업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기조를 보여준다.

    김 내정자는 ㈜한화 편입 이후 복합개발 중심으로 재편된 사업구조 속에서 재무건전성 강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한화가 도시복합개발 사업을 확대하면서 자금 운용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재무전문가로서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아울러 대규모 자체사업은 자금 소요가 크고 리스크가 직접 건설사에 전가될 수 있는 만큼 체계적인 현금흐름 관리와 수익성 통제가 필수적이다. 안정적인 주택사업 기반 위에서 복합개발 중심 사업을 확대하는 한화 건설부문은 재무관리 역할이 한층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코오롱글로벌도 김영범 코오롱ENP 대표이사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김 신임 대표가 장기적으로 부동산·환경·에너지 토탈 프로바이더의 성장을 이끄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코오롱글로벌의 경영 안정화와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오롱글로벌 상반기 부채비율은 388.3%로 지난해 350.1% 대비 상승했고 순차입금도 5893억원으로 지난해 기록했던 5779억원 비해 올라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신세계그룹도 지난달 26일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로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를 내정했다. 강 대표는 실적 반등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이중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신세계건설은 상반기 당기순손실 595억원을 기록했으며 잉여현금흐름(FCF)도 –3558억원을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50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043억원 대비 양수로 전환돼 차입금 부담이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같은기간 161.1%에서 259.8%로 상승했다.
  • ▲ (왼쪽부터)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 여성찬 DL건설 대표ⓒ각사
    ▲ (왼쪽부터)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 여성찬 DL건설 대표ⓒ각사
    ◇연이은 사망사고에 건설사 대표 교체···현장 안전 우선

    DL건설은 지난 9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여성찬 대표이사를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의정부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고 등 연이은 인명사고의 책임을 지고 기존 경영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뒤 단행됐다.

    여 대표는 주택과 연구시설 등 다양한 건축 현장을 거친 '현장통'으로 취임 이후 안전관리 체계 전면 재정비와 품질경영 강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여 대표가 의정부 사고 등 내부 수습을 마무리한 뒤에는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현장경험과 관리 역량이 모두 검증된 리더인 만큼 이를 기반으로 조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홀딩스 그룹안전특별진단TF를 맡았던 송치영 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인 송 사장은 취임 직후 "안전이 경영의 최우선 가치"라고 강조하며 신규 인프라 수주를 일시 중단하고 하도급 구조개선, 안전예산 확대, 현장 관리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단기실적보다 안전과 신뢰 회복을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은 지난해 CEO 연임을 확정했다. 업계 최장기 CEO인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의 경우 2027년 3월까지가 임기지만 최근 외형 축소와 수익성 감소, 현장 중대재해 발생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위기 속 각기 다른 해법…"확장보다 생존"

    최근 건설사들의 CEO 교체는 공통된 흐름보다는 각사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응' 성격이 짙다. SK에코플랜트는 신사업 확장, 한화 건설부문은 재무안정, DL건설은 안전경영 강화 등 각기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배경에는 모두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한 체질 전환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계는 수주경쟁보다 리스크 관리가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다"며 "외형성장보단 내실강화에 초점을 둔 경영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