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열린 WOO APAC 무대에 기조연설자로 올라"침체기 맞은 OOH, 다시 성장세로… 인간의 본성에 가장 잘 맞는 광고 매체""OOH는 시간이 갈수록 더 새로워지는 매체… 인간 중심적인 영감 전해야"
  • ▲ 최헌 제일기획 부사장. ©WOO APAC
    ▲ 최헌 제일기획 부사장. ©WOO APAC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 초개인화 마케팅이 성행하는 요즘, 둔화됐던 옥외광고(Out-of-Home, 이하 OOH) 시장이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현상이죠. 그건 아마도, OOH야말로 가장 인간 중심적인 광고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긴 터널을 지나며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스크린 속에 갇혀 본인에게 맞춰진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의 시선이 밖으로 향하고 있다. 이 변화의 근간에는 '인간의 본성(Human nature)'이 자리하고, 이를 가장 순수하게 자극하는 매체 OOH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최헌 제일기획 부사장은 6일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세계옥외광고협회(World Out of Home Organization, 이하 WOO) 아시아·태평양(APAC) 포럼 무대에 기조연설자로 올라 새로운 시대를 맞은 OOH 시장 현황과 놀라운 잠재력에 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먼저, 최헌 부사장은 다시 시작된 OOH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한국 OOH 시장은 스마트폰의 확산과 팬데믹으로 인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줄면서 큰 침체기를 맞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헌 부사장은 이를 '세렌디피티(serendipity, 뜻밖에 발견한 행운)' 효과에 비유하며 "그동안 소비자들은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자신에게 맞춤화된 콘텐츠만을 봐 왔지만, 이제는 지루함에서 벗어나 예상치 못한 순간과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겼다"며 "그러한 변화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OOH는 인간의 본성에 가장 잘 맞는 광고 매체라고 생각한다. 최근 제일기획도 OOH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사장은 인간의 본성 5가지를 짚으며, 이를 바탕으로 OOH가 가장 인간적인 광고 매체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1. 인간은 왜 종교를 갖는가?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보다 크고 위대한 존재'를 경외하고 숭배해왔다. 에베레스트 산, 그랜드 캐년과 같은 대자연을 보며 경외감과 겸손함을 느낀다. 심지어 인간은 스핑크스와 같은 '위대한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과 경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의 모든 감정 중 가장 강력한 감정이 바로 '경외(awe)'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광고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들거나, 흥미를 느끼도록 만들거나, 사랑하도록 만들지만, 브랜드로부터 경외심(awe)을 느끼게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 제일기획은 2024년 삼성 갤럭시 언팩을 앞두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피어(Sphere)에 OOH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우주를 연상케 하는 그래픽으로 가득 메운 스피어 겉면에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인 '닥터 스트레인지'가 등장한다. 이를 통해 '갤럭시와 함께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최헌 부사장은 "사람들이 이 광고를 봤을 때, 다른 광고를 볼 때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까?"라고 물으며 "이 광고는 단순히 좋은 광고, 좋은 콘텐츠를 넘어, 사람들에게 '경외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브랜드에 경외심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브랜드의 새로운 측면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브랜드에 대한 숭배는 감정적 헌신이자 비이성적인 믿음"이라며 "브랜드에 대한 숭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매체는 오직 OOH 뿐"이라고 덧붙였다. 

    2. 인간은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두 번째 본성은 '어디엔가 속하고 싶어 하는 욕구'다. 사람들은 어떤 도시의 일부가 되고, 그 도시의 삶을 온전히 경험하고 싶어한다. OOH는 도시의 일부이며, 그 도시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담아내는 대표적인 매체다. 
  • ▲ 삼성의 'Art in the City' 캠페인. ©Samsung
    ▲ 삼성의 'Art in the City' 캠페인. ©Samsung
    제일기획은 2024 파리올림픽 당시 유명 사진작가와 협업해 갤럭시로 촬영한 사진을 OOH에 담는 'Art in the City' 캠페인을 펼쳤다. 그러나 제일기획은 캠페인 이미지에 삼성 로고를 넣지 않고, 오롯이 사진 속 감정만을 전달했다.

    최 부사장은 "해당 OOH는 파리의 공기, 파리의 하늘, 파리의 건축물과 함께 하나로 어우러져 '도시의 일부'가 됐다"며 "사람들이 로맨틱한 도시 파리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디지털 매체로는 이런 감정을 전달할 수 없을것이라 생각한다. 그 도시만의 감성을 OOH에 넣어야 한다"고 전했다. 

    3. 인간은 왜 라이브(live, 현장감)에 열광할까? 
    사람들은 '편집된 영상'보다 '현장감 있는 퍼포먼스'를 더 좋아한다. 진짜 감정, 즉흥적인 순간, 생생한 에너지와 함께, 예측 불가능한 긴장감을 즐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 록 페스티벌이나 재즈 페스티벌을 찾는다.
  • 1940년대에는 TV와 라디오 광고를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만약 지금 광고를 다시 라이브로 진행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제일기획은 지난 6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3' 론칭 광고를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을 배경으로 생방송으로 진행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최헌 부사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K팝 아티스트 중 한 명인 박진영(JYP) 씨가 '라이브는 무대와 관객이 에너지를 공유하는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그 에너지는 그 시간,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고 OOH는 바로 그런 '현장성'을 담고 있다. 이 시대에는 정해진 메시지가 정해진 타깃에게만 전달되지만, 인간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을 원한다. 여러분의 브랜드를 생생하게 전달해보라"고 조언했다.

    4. 인간은 왜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할까? 
    사람들은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뉴욕의 사립미술관 MoMA에는 연간 300만명이 방문하고,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수는 올해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예술 작품은 인간의 긍정적 감정을 끌어 올리고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아트 테라피(art therapy)'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제일기획은 지난 9월, 서울역에서 '갤럭시 Z 폴드·플립7'을 주제로 한 초대형 미디어아트 DOOH를 선보였다. 총 길이 91m, 높이 5.5m, 면적 610.5㎡의 압도적 크기로 몰입도 높은 영상을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특히 한국의 예술적 요소를 강조해 병풍 모양으로 펼쳐지는 폴드7, 민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플립7 등 전통적 이미지와 최신 갤럭시 AI 기능을 결합해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최 부사장은 "한국에서 가장 큰 역에서 사람들이 삶의 크고 작은 고민을 잠시 잊고, 감정의 쉼을 얻는 순간을 만들었다"며 "무언가 기대하지 않은 장소에서 예술 작품을 만나면 더 좋아하게 된다. 여러분의 브랜드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라"고 전했다.

    5. 사람들은 왜 '어색함(awkwardness)'을 싫어할까?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과 가까이 있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 타인과의 거리가 1.2m 이내이거나, 누군가와 있을 때 4초 이상 침묵하게 되면 불편함과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특히 아파트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은, 타인과 마주칠 때가 많아 '어색함'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 최헌 부사장은 "그 때문인지 한국 시장에서 엘리베이터 TV 광고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광고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디지털 기술이다. 특히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피지털(physital)'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OOH는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매체이며,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그 예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광고를 들었다. 해당 광고는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비스포크 AI 제트 400W' 청소기가 큰 바람을 일으켜 주변 사물들을 빨아들이다가 결국 피사의 사탑마저 수직으로 곧게 세우는 모습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최헌 부사장은 "이처럼 OOH는 전통 미디어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새로워지는 매체"라며 "특히 인간의 본성에 가장 잘 맞는 OOH는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더욱 인간 중심적인 프로젝트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영감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한편 세계옥외광고협회는 1959년 설립된 글로벌 비영리 옥외광고 산업 단체로, 전 세계 120개국 280여 개 회원사를 대표하며, OOH 산업의 발전과 혁신, 그리고 국제 협력 증진을 목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WOO APAC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 ▲ 최헌 제일기획 부사장. ©WOO APAC
    ▲ 최헌 제일기획 부사장. ©WOO AP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