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 반도체 추가주문 … 韓 수혜中, HBM3 추격 … "기술격차 2~3년"테슬라, '자체' HBM 생산 시사 … 경쟁 격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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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론 머스크ⓒ로이터 연합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앞세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샘플을 언급하며 강력한 수요를 재확인할 정도다.하지만 'K-반도체'의 독주 체제 이면에선 거대한 그림자가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기술 격차를 좁히며 HBM3 샘플 공급을 시작했고, '큰 손' 고객사인 테슬라는 아예 자체 칩 공장 건설을 예고하며 공급망 재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韓이 이끄는 AI 호황 … "블랙웰 수요 매우 강력"현재 AI 칩 시장의 호황은 K-반도체가 주도하고 있다. AI 칩 선두주자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8일(현지시간) "최신 '블랙웰' GPU에 대한 매우 강력한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며 "TSMC에 웨이퍼를 추가 주문했다"고 밝혔다.그는 특히 HBM 공급과 관련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에서 최첨단 칩 샘플을 받았다"며 "메모리 제조사 세 곳이 우리를 지원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엄청나게 확충했다"고 언급했다.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AI 칩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中 CXMT의 HBM3 추격 … "기술격차 2~3년"첫 번째 그림자는 중국의 거센 기술 추격이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최근 화웨이에 4세대 HBM인 HBM3 샘플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연말 예상보다 2개월 이상 앞당겨진 일정이다.CXMT는 내년 초 HBM3 대량 양산, 2027년에는 5세대 HBM3E 양산을 공언하고 나섰다. 특히 주목할 점은 SK하이닉스의 핵심 기술인 'MR-MUF(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와 유사한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이다.HBM뿐만이 아니다. CXMT는 16나노 D램 공정을 기반으로 DDR5 양산 수율을 80%까지 끌어올렸으며, 최근에는 "삼성, SK의 최신 LPDDR5X와 유사한 성능"의 제품 양산을 공식화했다.글로벌 IB 모건스탠리는 "AI 수요에 힘입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됐지만, 중국 CXMT의 성장세가 시장 경쟁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한국과의 메모리 기술 격차가 2~3년 수준으로 좁혀졌다는 냉정한 분석이 나온다.◇ '큰 손' 테슬라의 독립 선언 … "자체 '테라 팹' 건설"두 번째 그림자는 주요 고객사의 '자립' 움직임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6일(현지시간) 주주총회 연설에서 "AI와 로봇 공학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거대한 반도체 제조 공장 '테라 팹(Tera Fab)'을 건설해야 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머스크 CEO는 "최근 나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충분한 칩을 확보하느냐"라며, 현재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 의존하고 있지만 충분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그는 인텔과의 제휴 가능성을 시사하며 "초기 목표는 월 10만 개의 웨이퍼 생산"이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혔다.이는 자율주행과 AI 칩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테슬라가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고객'에서 이탈,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AI 칩을 둘러싼 반도체 업계의 재편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국내 파운드리 및 메모리 업계에도 장기적인 위협 요인이다.AI 혁명이 K-반도체에 거대한 '기회'를 가져다준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과 '큰 손' 고객들의 자립 선언이라는 '위기' 또한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