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마이클 버리 "빅테크, 감가상각 이용 회계 부정" 폭로소프트뱅크, 엔비디아 지분 전량 매도 … 美 AI 고평가론 '확산'韓 증시, '빚투·고환율·외국인 이탈' 삼중고…유동성 장세도 막바지 美 기준금리 두고 내분, 韓도 금리 인하 사이클 조기 종료 가능성 "증시 단기간 과도하게 올라…과도한 빚투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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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시가 '사천피'를 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증시 과열에 대한 경고음이 울려퍼지고 있다. 미국발 AI 버블론에서부터 포모(FOMO)심리에 불붙은 빚투, 떨어지는 원화 가치와 멀어지는 금리인하 가능성 등 증시를 제약하는 지뢰밭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숏의 전설' 마이클 버리 '수익 부풀리기' 경고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는 최근 AI 붐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심각한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경고했다.버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각) X(옛 트위터)를 통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오라클, 아마존 등 5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자산의 '내용연수'를 인위적으로 연장해 감가상각비를 과소계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과 MS는 AI 데이터센터 장비의 내용연수를 기존 3년에서 6년으로 두 배 늘렸으며, 메타 역시 3년에서 5년 6개월로 연장했다. 2~3년 주기로 교체되는 엔비디아 칩과 서버 등 장비의 회계적 사용 기간을 억지로 늘려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것이다.버리는 "이 회사들은 2026~2028년 감가상각비를 1760억 달러(약 258조 원) 과소계상할 것"이라며 "이는 현대 사회의 가장 흔한 회계 부정 수법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美 빅테크들의 프랑켄슈타인식 '자금조달'버리의 경고가 현실화하듯, AI 붐의 초기 투자자였던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매각한 사실이 확인됐다.소프트뱅크는 지난 10월, 보유 중이던 엔비디아 주식 3210만 주 전체를 58억3000만 달러(약 8조5000억원)에 매각했다. 고토 요시미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를 '자산 현금화 전략의 일부'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AI 고평가론에 힘을 싣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AI 패권 경쟁이 '쩐의 전쟁'으로 번지면서 미국 빅테크들의 자금 조달 방식에도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이들 기업은 천문학적 AI 인프라 투자를 감당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은 물론, 사모펀드(PEF)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동원하는 '프랑켄슈타인식 금융 구조'를 만들고 있다.메타(300억 달러), 오라클(260억 달러), 알파벳(175억 달러) 등이 막대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4월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이는 AI 열풍이 진정된 후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웰스파고 등 투자은행(IB)들도 기술주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며 위험 회피에 나서는 모양새다.◇코스피, 빚투·고환율에 외국인 이탈 '삼중고'내부 뇌관으로는 '빚투' 증가가 첫 손에 꼽힌다.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을 개인들이 대부분 받아냈지만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빚이다.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 2165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추후 증시가 하락하면 반대매매 등으로 개인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증시 하락도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원화 가치가 급전직하고 하고 있는 것도 증시에 부담이다.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외국인은 원화 자산을 팔고 달러 자산을 늘릴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증시는 더 큰 하락 압력을 받는다. 한 증시 전문가는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달러 강세 기조와 엔화 약세 기조 등과 맞물려 원화 가치가 당분간 저조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증시에 부담"이라고 했다.원화 약세가 과거처럼 수출 가격 경쟁력으로 작용하기보다,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겨 내수 기업을 위축시키고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이는 수출주 중심으로 상승하던 코스피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유동성 장세가 한계에 왔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미국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최근 내부 균열이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월 의장도 다음달 금리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라며 금리인하 속도조절론에 힘을 보탰다.우리나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이 총재는 12일 인터뷰에서 “현재 공식 입장은 인하 사이클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하의 규모나 시기, 방향 전환 여부는 새로운 데이터에 달렸다”고 했다. 시장은 '방향 전환'이라는 단어에 주목하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고 해석했고, 이로 인해 채권금리가 급등했다.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종료되면 시장 금리가 오르고 이는 기업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실제 이 총재의 발언 당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3.3%를 터치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1만 4천 계약 넘게 순매도했다.무엇보다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어 증시에 대한 자금유입이 막힐 수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고환율, 부동산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 등으로 한한은이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우리 증시가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에 쏠려 있다는 점도 위험신호로 꼽힌다. 건전한 증시 상승을 위해서는 주도주에 이어 내수주, 소형주까지 온기가 퍼져야 하는데, 한국 증시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지난 11일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상위 5대 그룹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45.9%에서 52.2%로 6.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4분의 1을 넘어섰다.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두 기업의 실적 기대치가 갈수록 다행이지만, AI 버블론의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할 경우 우리 증시도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증시 전문가들은 "FOMO에 과도한 빚을 내 증시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