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대기업 영업익 22% 급증 … 이익 절반이 반도체에서내수 침체·AI 전환 직격탄 … 유통·식품·면세 줄줄이 구조조정롯데·BGF 등 연쇄 희망퇴직 …“전통 서비스업 일자리 붕괴 신호”
  • ▲ 홈플러스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돌입 후 공채를 중단, 수시채용만 이어가고 있다.ⓒ연합뉴스
    ▲ 홈플러스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돌입 후 공채를 중단, 수시채용만 이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성과급’이 예상될 만큼 호황을 누리는 사이, 전통 내수 산업에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대기업 전체 영업이익은 급증했지만 유통·식품·면세·영화관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에서는 희망퇴직과 공채 축소가 이어지며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1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실적을 공시한 339곳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3조2047억원,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했다. 

    이 중 삼성전자(12조1661억원)와 SK하이닉스(11조3834억원) 두 회사가 이익 증가분의 54.7%를 차지하며 사실상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두 기업의 영업익은 각각 32.5%, 61.9% 뛰었다.

    반면 내수·유통업계는 정반대다. 소비 둔화와 이커머스 전환, AI 기반 업무 자동화로 기존 인력이 빠르게 축소되면서 일자리 구조조정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폭의 인력 조정에 나선 곳은 롯데 계열사다. 지난 1년간 경영 효율화를 추진해온 롯데칠성음료·롯데멤버스·코리아세븐·롯데웰푸드 등 4개사가 최근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오는 21일까지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롯데멤버스는 오는 19일까지 근속 5년 이상의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2년 연속 희망퇴직을 접수했고 롯데웰푸드는 올해 4월 45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들 4개 계열사는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직원들에게 사업 효율화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통합 멤버십 엘포인트를 운영하는 롯데멤버스의 경우 AI 도입 확산도 인력 감축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멤버스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마케팅·핀테크 기업을 넘어 데이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테크·데이터 기업들은 AI 확산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로 인력을 줄이는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도 사정이 비슷하다. BGF리테일(CU)은 업황 둔화로 올해 하반기 신입 공채를 없앴고, 세븐일레븐은 체질 개선 작업을 통해 점포 수를 지난해 978개 줄이고 희망퇴직을 작년 10월과 올해 10월 두 차례 시행했다.

    대형마트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돌입 후 공채를 중단, 수시채용만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지역 단위 희망퇴직도 시행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직원 수는 지난 5년간 약 5000명 감소했다.

    오프라인 화장품 판매 축소로 LG생활건강도 영업직 희망퇴직에 나섰고, 영화관 업황 부진으로 CJ CGV도 상·하반기 두 차례 희망퇴직을 받았다.

    산업 자체가 침체에 빠진 면세점 업계는 희망퇴직과 시내 면세점 사업권 반납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력을 감축했다. 외국인 관광 트렌드가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HDC신라는 작년에, 현대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지난 4월 각각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유통·식품 기업들은 신입 정기 공채를 최소화하고 수시·상시채용 체제로 전환하며 인력 효율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롯데는 2021년 대졸 공채를 없앤 뒤 ‘예측 가능한 수시 채용’을 운영하고 있으며, 쿠팡·이랜드·아모레퍼시픽 등도 유사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반도체·전기차·에너지 등 첨단 제조업은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하며 고용 안정과 보상 확대가 예상된다. 

    업종별로는 조선·기계·제약 등이 고성장을 기록한 반면, 일부 화학·항공·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영업적자를 이어가며 극심한 업황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의 초호황과 내수 기반 산업의 구조 침체가 겹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의 일자리 불균형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서비스 기반 유통·식품·면세업은 AI·이커머스·관광 트렌드 변화로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