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매각시 내건 바이백 행사 여부 주목현지 상표권 등록한 듯 … 재진출 법적 틀 마련철수 이전 승용차 점유율 20% 넘었던 핵심 시장그냥 포기하긴 어려울 듯 … 미국-러시아 눈치봐야
  • ▲ 2023년 12월 매각된 현대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연합뉴스
    ▲ 2023년 12월 매각된 현대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년 전 러시아 철수 당시 내걸었던 바이백(되살 수 있는 권리) 조건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러시아가 과거 현대차·기아의 핵심 시장이었던 만큼, 이른 시일 내 러시아 복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 문제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는 만큼 현대차 입장에선 양국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18일 러시아 매체 및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부터 2034년까지 현대차 로고를 포함한 상표들을 다수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제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자동차와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 판매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이러한 행보는 러시아 공장을 재매입할 수 있는 시한이 약 한 달 남은 가운데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3년 12월 러시아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지분 100%를 매각하고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이에 앞서 지난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러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했지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고 서방의 제재를 받게 되면서 부품 수급 문제로 그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대차가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내걸어 1만 루블(당시 약 14만 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이면 현대차가 공장을 매각한 지 2년이 된다.

    해당 공장은 러시아 기업 아트파이낸스의 자동차그룹 자회사인 'AGR그룹이' 인수, 현대차가 제조·판매하던 '솔라리스' 등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차량을 생산해왔다.

    철수 이전까지 러시아는 현대차의 핵심 시장이었다. 현대차·기아가 러시아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를 웃돌았으며, 현지 생산 능력과 브랜드 인지도 모두 높았다.

    이에 업계에선 현대차가 이번 상표권 등록을 통해 현지 시장에 재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한다. 단순한 방어적 등록일 수 있으나 언제든 재진출할 수 있는 '법적 틀'을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상표 등록은 러시아에 재진출하기 위한 작업은 아니고, 다른 국가에서 브랜드 권리를 유지하기 위한 통상적인 작업"이라며 "이를 두고 현지 재진출 신호로 해석하긴 어렵고, 현재로선 재진출 가능성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차가 러시아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 미국 공화당은 최근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들에 '심각한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논의하는 등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 16일(현지 시각) "내가 제안했다"라며 "러시아와 거래하는 모든 국가는 매우 엄중하게 제재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이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가 러시아 재진출을 공식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현대차 입장에선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