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식서 '광개토 프로젝트' 제동거는 정부·여당에 날세워"동해 심해 유가스전 개발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업"
  • ▲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뉴시스
    ▲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뉴시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24일 퇴임하며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정부·여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울산 석유공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석유공사에서 국내 해양 자원 안보 마스터 플랜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시작해 국내 자원 개발의 비전을 제시했다"며 "광개토 프로젝트의 일환인 동해 심해 유가스전 개발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차 탐사 시추에 글로벌 석유 대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힌 사실을 언급하며 "동해 심해에 대형 가스전이 있을 가능성을 세계적 기업이 재확인시켜준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석유공사 사장에 취임한 뒤 '광개토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광개토 프로젝트'는 2022년 수립한 국내 대륙붕 개발 종합 계획으로, 오는 2031년까지 총 24공의 탐사 시추와 1.7만㎢의 물리 탐사를 통해 새로운 가스전을 개발하고 연 400만톤(t) 규모의 CCS(탄소포집저장) 저장소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자원 불모지라 여겨졌던 우리 땅에서 그간 축적한 심해 데이터를 총괄해 정밀 분석하고 글로벌 전문가와 유망 구조를 발굴했다"며 "비록 첫 시추(대왕고래) 결과는 (석유나 가스가 나오지 않는) 건공이었지만, 이 과정에 얻은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료를 재해석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사장은 "더욱 중요한 성과는 우리 기술력과 노력으로 글로벌 메이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내부 절차가 마무리됐고, 협상을 위한 만반의 준비도 돼있다"고 했다.

    이날 김 사장의 발언은 동해 심해 가스전 2차 탐사 시추에 제동을 걸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를 작심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석유공사는 윤석열 정부 때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 유망 구조에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 탐사 분석 자문 결과를 토대로 자원 개발에 나섰었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되고 민주당이 여당이 되자 사실상 1인 기업인 액트지오를 자문사로 선정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대왕고래에서 유의미한 시추 결과가 나오지 않자,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전반에 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석유공사가 두 번째 탐사 시추를 위해 국계 오일 메이저 BP를 공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세계적 기업이 한국의 심해 탐사에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겠다고 한 것은 동해 심해에서 대형 유가스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재확인시켜준 쾌거"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 오일 메이저 셸에서 20년 넘게 근무하고 SK이노베이션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국내 대표적인 자원 개발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 9월 사장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사장 인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당과 정부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