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환율 불안·대출 폭증 … 금리 동결 분위기 굳어져이 총재, 외신 인터뷰 충격 여진 …'방향전환' 진의 확인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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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사실상 '확정적 동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서울 집값이 5년 만에 최대 폭으로 뛰고,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 1500원 턱밑까지 요동치는데다 가계대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어 한은이 추가 완화에 나설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이미 동결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이번 금통위의 진짜 이벤트는 기준금리 결정이 아니라 이창용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이 될 전망이다. 동결 자체보다 그 동결이 매파적(hawkish)인지 비둘기적(dovish)인지가 향후 시장금리와 환율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금융권에서는 11월 금통위가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12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금투협이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100명(47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96%가 동결을 예상했다. 지난달 같은 설문과 비교해 1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서울 아파트 가격은 이달 1.72% 급등하며 5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선을 넘보기도 했다. 가계대출도 11월 들어 이미 지난달 전체 증가폭을 넘어서는 등 수요 억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추가 완화에 나서면 외환시장 불안·부동산 과열·대출 폭증 등 우려를 키울 것이라는 경계심이 강하다. 당분간 '금융안정 우선'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시장 참여자들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보다 총재 발언에 더 주목하는 데에는 최근의 한 사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방향 전환(even the change of direc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직후, 채권시장은 즉각 요동쳤다.당시 시장은 이 표현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고, 필요하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해석했다. 그 여파로 3년물과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장중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채권시장은 급격한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인터뷰 한 문장, 단어 하나가 금리전망을 완전히 바꿔놓는 모습은 시장의 민감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기자간담회 역시 이 총재 발언의 '온도'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여부보다 금통위 이후 총재가 어떤 톤과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파적 동결이냐 비둘기적 동결이냐에 따라 시장금리와 원·달러 환율 흐름이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결국 올해 마지막 금통위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금통위 후 열리는 총재 간담회에서 최근 "방향 전환" 발언의 진의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우선 이 총재가 부동산 시장 불안, 고환율 등을 강조하며 금리 인하 논의에 선을 긋는 매파적 신호를 보낼 경우 시장금리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시장금리가 뛰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기업들의 조달비용도 높아져 실물 경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파장은 적지 않다. 특히 취약 차주나 자금 수요가 많은 기업들의 이자 부담 확대가 불가피해 금융시장 전반의 경색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다만 매파적 스탠스는 환율 방어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금리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만큼 한국 금리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져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가 커져 고환율 리스크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반대로 성장률 둔화 등을 언급하며 내년 중 금리 인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시장에서는 이를 비둘기적 동결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그동안 힘을 얻었던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전망이 힘을 잃으면서 완화 기대가 되살아나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그러나 이러한 비둘기적 스탠스는 환율 방어 측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그만큼 원화 약세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타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재차 확대되며 물가 불안이 재차 고개를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