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기조에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5년만에 용퇴 글로벌 사업 확대와 실적 개선 이뤄낸 차우철 대표, 사장 승진롯데그룹, 식품군 수익성 회복과 신사업 확장 본격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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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이 26일 단행한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식품군에 대한 대대적인 리더십 재편이 이뤄졌다. 

    지난해 CEO 36% 교체, 임원 13% 감축에 이은 쇄신 기조가 올해는 사실상 식품군까지 확산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변동 없이 유지되며 그룹 내 안정판 역할을 해온 식품 계열사들은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새로운 경영 구도로 전환하게 됐다.

    식품군을 총괄해온 이영구 총괄대표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용퇴하며 5년간의 식품군 사령탑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20년 말 식품BU장으로 선임된 뒤 롯데 식품군의 글로벌 사업 확장과 조직 안정화를 이끌어왔다. 

    올해 3월 롯데칠성음료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복귀하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그룹이 ‘부회장단 전원 교체’라는 강수를 두면서 결국 쇄신 기조에 동참하는 형태로 인사가 마무리됐다.

    식품 계열사 내부에서는 수년간 유지되어 온 안정적 구조가 한꺼번에 흔들린 데 대해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식품군 CEO들이 모두 유임됐던 정세와 비교하면 극명한 대비다. 

    그동안 식품군은 내수 기반 매출과 낮은 변동성을 바탕으로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지만, 최근 내수 부진과 고환율 부담으로 성장이 둔화되면서 재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의 수익성 부침은 이번 인사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롯데웰푸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 줄었고, 롯데칠성음료는 매출이 소폭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만 소폭 개선하며 방어에 머물렀다. 

    해외 사업인 필리핀펩시가 선전해 체질 개선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국내 사업의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룹 내부에서는 식품군의 체질 개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롯데GRS의 지배구조 변화다. 

    글로벌 사업 확대와 실적 개선으로 내부 평가가 높았던 차우철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롯데마트·롯데슈퍼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롯데GRS는 올해 별도 기준 첫 1조원 매출 달성이 가시화될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했던 만큼, 차 사장의 이동은 그룹 차원의 역할 확대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동시에 롯데GRS의 후임 대표는 내부 승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현실화된 셈이다.

    롯데GRS 신임 대표이사로는 이원택 전무가 내정됐다.  

    롯데웰푸드 대표에는 서정호 혁신추진단장이 내정됐다. 올해 7월 부임한 직후부터 조직 진단과 사업 혁신 작업을 주도했던 만큼, 이번 선임은 본격적인 체질 개선 작업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서 내정자는 기존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을 병행하며 중장기적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전망이다.

    롯데지주 차원에서도 조직개편과 인사 쇄신이 동시에 이뤄졌다. 9년간 유지해온 사업총괄(HQ) 체제를 폐지하고 계열사 독립경영 중심으로 재정비한 것은 각 계열사 CEO의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식품군 역시 이 같은 ‘책임경영’ 전환 기조에 따라 각 계열사의 운영 자율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대대적 쇄신 인사는 식품군을 마지막 퍼즐로 삼았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화학, 유통, 건설 등 주요 사업군은 이미 전면적인 교체가 진행됐지만, 식품은 경영 안정성과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 등을 이유로 기존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년 연속 고강도 쇄신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식품군도 결국 변화의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식품군의 새로운 리더십이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수 경기 반등의 불확실성, 해외 사업 확장의 난관, 원가 변동성 등 외부 변수가 여전히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는 이번 인사를 통해 식품 사업의 미래 전략을 보다 명확하게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젊은 리더십과 전문성 중심의 인사 기조가 식품군 내에서도 유지되는 만큼, 수익성 회복과 신사업 확장이라는 두 축이 향후 사업의 핵심 방향이 될 전망이다.

    롯데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신속한 변화 관리와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성과 기반 수시 임원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