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2026년 1.8% 완만한 반등 … 소비·건설 ‘하단’ 간신히 받쳐물가는 2% 안착, 취업자 증가는 둔화 … 경상수지 흑자도 소폭 축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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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국내 경기가 반도체와 일부 수출 업종 중심의 ‘K자형 회복’ 흐름을 이어가며 2026년에도 1%대 후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민간 분석이 나왔다. 성장률은 완만히 올라서지만, 내수와 비(非)반도체 제조업, 지방 경기 부진이 고착될 경우 저성장이 구조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일 발간한 ‘경제 브리프’에서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5년 1.0%에서 2026년 1.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 여파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더라도, 반도체 경기 호조와 확장적 거시정책, 건설투자 반등, 국민성장펀드 집행 등이 성장률을 1%대 중후반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본 것이다. 

    민간과 중앙은행 모두 한국의 중기 성장 경로를 ‘1%대 후반’ 수준으로 본 셈이다.

    최근 한국은행 역시 성장 상향의 배경으로 하반기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과 민간소비 개선을 꼽았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났고, 자동차·서비스 소비도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는 건설 부진이 일부 완화되면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현재 경기 흐름을 ‘K자형 회복’으로 규정했다. 상단에는 반도체와 수출, 서비스 소비, 수도권 주택시장, 대기업 실적이 자리하고, 하단에는 고정자본형성·민간투자, 비반도체 제조업, 내구재 소비, 지방 주택시장,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가 위치한다는 진단이다. 이런 양극화는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과 고환율·시장금리 상승 같은 경기순환 요인에 더해, 국내 제조업의 해외 이전,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인구 집중 등 구조적 요인이 겹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성장 흐름만 보면 경기 반등의 속도는 나쁘지 않다. 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2% 성장해 2024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재정 집행과 반도체 경기 회복이 수출과 설비투자를 끌어올린 가운데, 자동차·통신기기 등 내구재와 의료·외식 등 서비스 소비가 민간소비 증가를 이끌었다. 다만 건설투자는 감소폭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 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완만한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금융연구소는 물가 안정과 금리 하락, 자산가격 상승 등이 가계 실질소득을 개선해 2025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1.3%, 2026년을 1.6%로 제시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은 IT 부문 호조에도 불구하고 비IT 부진과 해외 현지 투자 확대 영향으로 증가폭이 2025년 2.7%에서 2026년 2.5%로 소폭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5년 연속 역성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다. 연구소는 선행지표인 착공면적이 바닥을 찍고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7.9% 증액과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감안할 때 건설투자 증가율이 2025년 –9.1%에서 2026년 2.9%로 반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반도체 단가 회복과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증가세를 이어가지만, 대미 관세 여파로 전체 수출 증가율은 점차 둔화될 수 있다고 봤다. 

    물가는 한국은행 목표 수준인 2%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제유가 하락과 내수 회복 효과가 맞물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5년 2.1%, 2026년 2.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환율 수준과 서비스 물가 흐름에 따라 실제 물가 경로는 2%를 중심으로 약간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과 대외수지는 ‘완만한 개선과 구조적 부담’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취업자 수는 내수 회복과 건설 업황 개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미 관세 영향에 따른 제조업 수출 둔화를 반영해 2025년 21만명 증가에서 2026년 17만명 증가로 증가폭이 줄어드는 것으로 제시됐다.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 숙박·음식 등 서비스업이 고용을 떠받치는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은 감소세가 이어지는 구조다. 

    경상수지 흑자는 유지되지만 규모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소는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소득수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출 둔화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어 전체 경상수지 흑자가 2025년 1100억달러에서 2026년 1060억달러로 소폭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전망을 두고 “재정의 역할과 건설투자 반등으로 K자형 회복의 하단 부진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제조업 공동화와 구조조정 지연, 인구구조 변화와 수도권 쏠림 등 구조적 요인은 2026년에도 빠르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택시장과 해외투자 선호 추이에 따라 고환율·고금리가 길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제한되고, 1.8% 성장조차 상단 시나리오에 머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