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탓 vs 개인 공감 … 금융당국 정책 스탠스 정반대환율 대응 해법 놓고 한은-금감원 온도차 확대시장 혼란 키우는 ‘엇갈린 메시지’… 정책 효과 반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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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한은 총재(오른쪽)와 이찬진 금감원장 ⓒ기재부
고환율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제정책 키를 쥐고 있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개인 투자자를 향해 "해외투자가 유행처럼 번진다"고 우려를 내비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오죽하면 해외에 투자하겠나"라며 공감을 표시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 정면 충돌한 모습이다.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의 '엇박자 신호'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커진다.이창용 총재는 최근 금통위 회견에서 "젊은 층이 쿨해서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유행이 걱정된다"며 서학개미의 투자 행태를 환율 상승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와 속도를 비교적 유연하게 조절해 환율 안정과 수익성 제고를 함께 도모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 정부와 한은이 최근 해외주식 양도세 강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민연금 환헤지 확대·스와프 활용 등을 논의하는 배경이다.반면, 이찬진 금감원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는 오죽하면 청년과 개인들이 해외에 투자하겠나"라며 정서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규제 의도가 아니라 투자자 보호 차원의 점검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하며 "서학개미를 탓하는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부의 해외투자 규제가 과도하게 작동할 경우 금융 생태계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이 총재와는 확연히 다른 메시지를 냈다.국민연금과 관련해서도 입장은 갈렸다. 이 총재가 국민연금 특성을 들어 "환헤지는 국민 노후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반면, 이 원장은 "국민연금이 환시장에 공룡처럼 커진 상황 자체가 문제"라며 근본적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다. 단순한 투기 억제 처방이 아니라 연금의 외환시장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시장에서는 정책 컨트롤타워의 메시지가 뒤엉킨 모습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율은 이미 147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고, 금리 동결은 사실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의 매력 저하와 투자 유출이 구조적으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책 불확실성은 원화 위험 프리미엄을 더 키우는 요인이다.전문가들은 구조적 요인을 외면한 단기 책임론이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 유출의 근본 배경은 국내 성장성 약화, 자본시장 매력 저하, 기업 투자 부진 등인데 세금·규제로 방향을 틀면 외환 위험 프리미엄만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한 금융 애널리스트는 "한은은 시장을 탓하고 금감원은 감싸는 모양새가 정책 신뢰를 흔든다"며 "정책 신호가 뒤죽박죽이면 투자자는 위험을 더 크게 가격에 반영한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