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한 달 새 32% 급락·공포지수 '극단적 공포' S&P 안정성 최저 평가에 아시아 증시·미 선물 동반 약세업비트 해킹·AI 버블·금리 변수까지 겹쳐 변동성 확대가상자산발 충격, 주식·선물시장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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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급락과 함께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안전성 논란이 부각되면서 가상자산발(發) 불안이 전통 금융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가 커지고 있다. 단기 조정을 넘어 암호화폐 사이클 ‘후반부 신호’가 잇따라 포착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신뢰 훼손이 글로벌 리스크 오프(위험회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BTC)은 오후 2시10분 기준 5.47% 하락한 8만593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주 9만달러선을 회복했지만 다시 8만5000달러대까지 밀리며 주요 지지선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12만6200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낙폭은 약 32%에 이른다.

    이더리움(ETH)은 2900달러 아래로 6% 가까이 떨어졌고, 솔라나(SOL)·리플(XRP)·도지코인 등 주요 알트코인도 5~8%대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원화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은 업비트 기준 1억2900만원대까지 밀리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리스크 오프 본격화 … 다음 분수령은 8만달러”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을 단일 악재가 아닌 ‘복합 리스크의 압축판’으로 본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파생상품 거래를 총괄하는 팔콘엑스의 숀 맥널티는 “12월 초 시장은 전형적인 ‘리스크 오프’ 국면”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로의 자금 유입이 부진한 데다 저가 매수세도 뚜렷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우려”라고 진단했다. 그는 “구조적 하방 압력이 이달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비트코인의 다음 핵심 지지선은 8만달러”라고 전망했다.

    투자심리 위축도 뚜렷하다.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업체 얼터너티브(Alternative)가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1일 기준 24점을 기록하며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구간에 머물렀다. 0에 가까울수록 공포가 크다는 의미로, 고점 형성 후 지지선 붕괴와 대형 거래소 관련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로 직전 거래일 미국 증시가 블랙프라이데이 소비 호조와 금리 인하 기대를 바탕으로 다우 0.61%, S&P500 0.54%, 나스닥 0.65% 상승 마감하며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났다는 점과도 대조적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때 100%에 근접했다가 50%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AI(인공지능) 관련주 거품 논란까지 겹치며 유동성 민감도가 높은 코인 시장에 조정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테더, ‘안정성 최저 등급’ 경고

    이번 조정의 방향성을 둘러싸고 시장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스테이블코인 리스크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는 지난주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의 안정성 등급을 최저 수준으로 강등하며 “비트코인 등 담보 자산 가격이 추가로 급락할 경우 디폴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더는 달러 연동(1USDT=1달러)을 표방하는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글로벌 코인 거래에서 사실상의 ‘기초 유동성’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테더 담보 부족 우려로 번지고, 다시 테더 신뢰 훼손이 가상자산 전체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코인마켓캡 등에서는 비트코인 단기 지지선 이탈과 함께 “테더가 지급불능에 빠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급락 배경으로 언급됐다. 비트코인 가격과 스테이블코인 신뢰가 서로 연결된 구조적 취약성이 이번 조정에서 재차 드러났다는 평가다.

    ◇업비트 해킹·김치 프리미엄 … 국내 투자심리도 냉각

    국내 투자자 정서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업비트 해킹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지목된다. 최근 445억원 규모의 자산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업비트 해킹 여파가 이어지면서 1일 기준 국내외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김치 프리미엄은 2%대(약 2.21%)를 기록했다.

    해외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가 이어지는데도 대규모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는 상황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자심리가 냉각돼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공포 심리가 커지는 와중에, 대형 국내 거래소의 보안 이슈까지 겹치며 개인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증시·미 선물 동반 약세 … 나비효과 경계

    가상자산발 충격은 전통 금융시장으로도 스며드는 분위기다. 1일 오후 3시20분 기준 일본 닛케이는 1.90%, 한국 코스피는 0.36%, 호주 ASX는 0.57% 하락했다. 반면 홍콩 항셍지수(0.60%), 상하이종합지수(0.49%) 등 중화권 증시는 소폭 상승세를 보이며 엇갈린 흐름을 나타냈다.

    미국 지수 선물도 동반 약세다. 같은 시각 다우 선물은 0.53%, S&P500 선물 0.76%, 나스닥 선물은 1.12% 하락했다. 전날 소비 지표와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반등한 것과 달리, 선물 시장에서는 다시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이 관측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8만6000달러선 붕괴와 테더 안정성 경고가 글로벌 자본시장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급락과 테더 안정성 우려, 업비트 해킹, 금리·AI 변수까지 동시에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당장 시스템 리스크로 번졌다고 보기는 이르나 스테이블코인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수록 암호화폐 변동성이 전통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