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혁수 사장 체제 2년 … 미래 모빌리티로 전략 재정비애플 의존·FC-BGA 지연 … 사업 구조 다변화 속도 더뎌CES 2026 자율주행·전기차 솔루션 공개 … 반전 모색
  • ▲ LG이노텍 마곡 본사 전경ⓒLG이노텍
    ▲ LG이노텍 마곡 본사 전경ⓒLG이노텍
    LG이노텍이 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학솔루션 중심 매출 구조와 AI 서버용 FC-BGA 지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회사는 중장기 성장 축을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문혁수 대표가 취임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사업 전환 성과가 시험대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LG이노텍의 4분기 영업이익은 4069억원으로 컨센서스를 20%가량 웃도는 개선 흐름이 예상된다. 환율 효과만으로 500억원 이상의 이익 개선이 가능하고,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량이 전작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단기 실적 모멘텀은 견조하다는 분석이다.

    문 사장은 2023년 말 CEO 취임 이후 불과 2년 만에 사장 직급에 올랐다. 차량용 AP 모듈, FC-BGA, 자율주행 센싱부품, 로봇용 부품 등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한 공로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임원 인사에서도 AI 기반 광학 수율 개선, 자율주행 신사업, 전장 파워부품 등 신기술 라인에서 승진자가 대거 배출되며 기술 축 중심의 조직 강화 기조도 유지됐다.

    문제는 구조적 취약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LG이노텍의 매출에서 광학솔루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대에 머물고 있으며 단일 고객사 비중은 77%로 지나치게 높다. 카메라 모듈 평균 판매가가 전년 대비 9.7% 떨어질 만큼 가격 경쟁도 치열해졌다. 중국 기업들의 애플 공급망 진입이 빠르게 진행되며 프리미엄 카메라 시장에서도 단가 압력이 심화된 영향이다.

    신성장 축으로 육성 중인 FC-BGA에서도 성과는 더디다. LG이노텍은 2022년 시장 진출 이후 4130억 원을 투자했지만 AI 서버용 기판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는 AI 서버용 FC-BGA는 설계 난도와 수율 확보 난이도가 높아 최소 2~3년의 추가 개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엔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라인업 조정으로 일반 모델 출하량이 약 1000만대 감소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모바일 메모리 가격 상승도 원가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LG이노텍은 베트남 생산 비중 확대에 따른 비용 효율화, 후면 카메라 고사양화에 따른 판가 협상력을 개선하며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이에 LG이노텍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문 사장이 주도한 자율주행·전기차·전장 파워 부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본궤도에 오른데다 미래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구성하며 모빌리티 중심 기업으로 전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LG이노텍은 내달 개최될 세계 최대 전기·전자 전시회 CES 2026에서 자율주행·전기차 솔루션 35종을 선보이며 모빌리티 전략을 본격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기존처럼 개별 부품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자율주행차·전기차 목업에 센싱·통신·파워 솔루션을 통합 장착해 전시를 구성했다.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시스템 단위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한 것이다.

    자율주행 차세대 목업에는 인캐빈 센싱,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아동감지 기반 디지털키, FMCW 라이다, ADAS 레이더, AI 전환(AX) 기반 액티브 클리닝 카메라 등 20여종의 센싱·통신 부품이 탑재됐다. 전기차 목업에는 무선 BMS, B-Link, 고전압 파워·모터 부품 등 15종을 적용해 전장 파워트레인 분야 진입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힘입어 기판소재사업부도 성장을 점치고 있다. LG이노텍의 기판소재사업부는 AiP, RF-SiP, FCCSP 업황 개선, GDDR7 신규 진입, FC-BGA 공급처 확대 기대가 반영되며 실적 전망이 상향되고 있다. GDDR7 기반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패키지 기판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단일 고객 의존이 여전한 상황에서 모빌리티는 LG이노텍이 가장 확실하게 성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영역이 될 것"이라며 "최근 승진 인사로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진 만큼 전장·전기차 분야에서 얼마나 빠르게 레퍼런스를 확보하느냐가 실적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