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특혜·재평가 축소·이중가격제 확대 … 개편안 곳곳에 제약사 이익 반영필수의약품 공급난은 가격 아닌 구조 실패 … "공공책임 외면"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 "약가제도 취지 자체가 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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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이 발표됐지만 환자를 위한 변화는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접근성 개선'과 '재정 안정'을 내세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제약사 요구가 곳곳에 반영된 개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4일 성명을 통해 "이번 약가개편은 건강보험을 산업 보조금으로 만드는 위험한 설계"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연합회는 개편안에서 가장 문제적인 대목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제네릭에 대한 가격 특혜를 지목했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제네릭 가격을 55~68%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합회는 "성분·효과가 동일한 제네릭에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가격을 두 배 가까이 차이나게 하는 정책은 공적보험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일"이라며 "국민의 보험료를 제약사의 가격경쟁력 유지에 쓰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필수의약품 공급난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연합회는 "공급불안은 단순히 돈을 덜 줘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원료 품질관리와 공급망 투자에 소홀했던 기업 책임이 더 크다"며 "생산 의무 강화, 국가 생산기지 구축, 공급망 다변화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급여적정성 재평가 축소 역시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제도는 효과가 불분명한 약을 걸러 건강보험 낭비를 막는 핵심 장치다. 연합회는 "재평가 약화는 효과 없는 약에 계속 보험료를 쓰겠다는 것과 같다"며 "재정 건전성과 환자 보호라는 원칙을 정부가 스스로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증·희귀질환 영역에 한정된 예외적 제도였던 이중가격제(환급형 계약)가 특허만료 의약품, 바이오시밀러, 만성질환 치료제로까지 확대된 점도 문제 삼았다.

    연합회는 "가격 비공개는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하고 건강보험 투명성을 훼손한다"며 "이는 국내 가격을 높여 해외 수출 단가를 유지하려는 산업 논리에 더욱 가깝다"고 했다.

    비급여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 우선급여목록 도입 자체는 환영했지만 환자 접근성을 막는 진짜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가격협상·등재 절차의 불투명성과 장기 지연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주 연합회장은 "이번 개편안은 환자의 생명·건강이라는 약가제도의 본래 취지가 희미하다"며 "건강보험은 산업 육성 장치가 아니라 국민 생명권을 지키는 공적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이해가 아니라 환자단체·전문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개적·투명한 논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의 개편안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