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發 금리 인하 기대 찬물에 나홀로 국고채 급등기업 조달비용 치솟자 발행 연기·축소 확산 잇따라CP 등으로 눈 돌리는 가운데 내년 만기 58조 … ‘줄부도’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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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채권 발행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국고채 금리 급등이 회사채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연내 회사채 발행이 줄줄이 연기·축소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58조원대 만기 부담이 겹치면서, 기업 자금난 심화와 줄부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7일 업계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를 넘어섰고, 최근 10월 중순 대비 약 0.6%포인트(60bp) 급등하면서 회사채 시장 전반의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3일 기준 3년 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 대비 0.019%포인트 오른 연 3.041%를 기록했고, 10년 물도 0.022%포인트 상승한 연 3.368%로 집계됐다.국고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은 지난 10월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을 전후로 본격화하고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창용 총재가 “금리 인하의 규모·시기, 심지어 방향 전환 여부도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다.이후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하 ‘기조’를 ‘가능성’으로, 인하 ‘시기’를 ‘여부’로 각각 수정하자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확산됐다.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시장 금리를 밀어올린 가운데, 최근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며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도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채권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했고, 채권 최대손실률(MDD)은 최근 6.8% 손실을 기록했다. MDD는 최근 2년간 금리가 가장 낮았을 때 채권을 보유했던 투자자가 입게 되는 손실로,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자 손실이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 환율 상승 등이 동시에 나타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결과다.특히, 채권 금리 급등이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한 부분은 기업 조달 시장이다. 회사는 보통 정부가 내는 이자(국고채 금리)에 일정 금리를 더 얹어 채권 이자를 정하기 때문에,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금리도 함께 상승한다. 실제 AA-등급 기업이 3년 만기로 채권을 발행할 때 얹는 금리 차이(크레딧 스프레드)는 10월 말 40.6bp에서 4일 기준 44.9bp로 한 달 새 4.3bp 커졌다.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3년 만기 회사채 금리가 3.50%에 육박하고, 우량등급 기업조차 이전 대비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발행 자체를 미루거나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실제로 SK텔레콤(AAA)은 내부적으로 계획했던 회사채 발행을 잠정 중단하고 내년 1분기로 미뤘으며, KCC글라스(AA)는 이달 중순 발행 예정이던 3년물을 내년 상반기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외에 HDC, SK온 등은 발행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500억~1000억원 줄였다.일부 기업은 아예 주력 공모채 대신 CP·전단기금융 등 사모·단기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CJ CGV는 6개월물 CP 250억원을 발행했고, 롯데건설은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공개했다.문제는 만기 도래가 본격화되는 내년 상반기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1~6월)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는 58조214억원이며, 1월 만기만 해도 11조9749억원 수준이다. 만기 도래 시점이 가까운 기업일수록 대체 조달이 필요하지만, 국고채 금리 급등과 발행 시장 경색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자금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 금리 상향 압력과 변동성 확대가 지속되며 채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최근 CP·전단채 등 단기금리 상승은 국채보다 더 빠르다”고 말했다.이번 국채 금리 급등은 한국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직접적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10월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던 한은은 지난달 외신 인터뷰 이후 “인상 검토는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시장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증권사들은 북클로징(장부마감) 시기에 이익을 확보하려는 매도가 늘었고,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며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지자 외국인 또한 국채 선물을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금리가 오르고 국채 매도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환율 변동이 다시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장 불안이 반복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채권 손실은 이미 증권사 실적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3분기 증권사 순이익은 전기 대비 12.6% 감소했고, 대형 증권사는 채권 관련 이익이 5018억원, 중소형사는 1255억원 줄었다.다만 일각에서는 연말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가 연초 축소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가 기대된다. 시장은 내년 4~11월 약 80조원 규모 외국인 국채 매수를 예상하고 있다.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말 채권 자금 유출과 북클로징은 거울처럼 연초 자금 유입과 북빌딩과 대칭을 이룬다”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비중 축소가 일단락돼 기금 자금 유입이 재개되고 내년 4월 WGBI 편입이 수급 연속성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