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투자 지속 … 화웨이, GPU 특허 10배 늘어美 "수출 통제, 유동적" … 관세 휴전에도 반도체 불안정52시간제·정책 공백·내부 리스크 중첩 … 대응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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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미·중 무역전쟁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글로벌 기술 경쟁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GPU·AI 반도체 등 전략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은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가 '상시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내에서는 노동 규제·산업 정책 공백·기업 내부 현안이 겹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대응 여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023~2024년 출원한 반도체 관련 특허는 총 4만6591건에 달한다. 지난 2014년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지정한 뒤 꾸준히 증가했으며 글로벌 전체 반도체 출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를 차지한다.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메모리·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기술 간격이 좁혀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CXMT·YMTC는 DDR5 및 3D 낸드에서 한국 기업과의 격차를 줄였다. SMIC의 파운드리 점유율도 삼성전자와의 차이가 2.2%포인트 수준으로 축소된 상태다.특히 화웨이는 GPU 기술 자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GPU 관련 특허 출원이 약 10배 증가했고, 지난해만 해도 특허 라이선스 수익이 6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모바일 칩셋 분야에서는 7나노·5나노 칩 상용화를 이미 추진해왔으며, EUV 장비 없이도 DUV 기반 다층 적층 방식을 활용한 2나노 공정을 실험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중국이 제재 하에서도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지는 대목이다.미국의 정책 방향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중국향 첨단 반도체 공급에 대한 위험성을 언급하면서도 수출 통제 기준은 기술 상황을 반영해 "항상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한편, 대중 판매액 25%를 정부로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이 가운데 국내에서는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가 최근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업계가 핵심 과제로 요구해온 '주 52시간 예외'는 빠진 채 전력·용수·도로망 등 인프라 조항만 포함됐다.내부적인 경영 리스크도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과급 관련 내부 갈등 문제를 안고 있으며 노동조합과 본격적인 임금 단체협약 교섭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두고 사측에 제도 개선을 요구 중인 상황이다. SK그룹 역시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술 경쟁 심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미·중 갈등이 완화 국면에 들어섰음에도 첨단 반도체·AI 기술 중심의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의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정책·노동·조직 구조 전반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이유다.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격차가 줄어들수록 한국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경쟁 구도가 바뀌는 분기점이 다가온만큼 한국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필요하며,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