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재무·신용 부담 확대법적 공방 지속과 내부 구성원 불안감 커져치열한 비방전에도 고려아연 '밸류업' 계획 발표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국내 비철·제련 산업의 맏형인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1년을 넘기며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선언으로 본격화한 갈등은 수조원대 자금 소모와 20여 건의 소송, 기업가치 훼손 등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전략 광물 공급망을 책임지는 국내 유일의 제련기업이 흔들리면서 국가 경제와 안보 리스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3라운드’가 예고된 가운데, 본지는 총 6편을 통해 75년 동업의 균열부터 향후 관전 포인트까지 분쟁의 전모를 입체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적대적 M&A를 방어하면서 고려아연의 경영환경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분쟁 대응 비용 등이 더해지며 올해 6월 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3조7454억원으로 1년 전(7329억원)보다 5배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22.5%에서 69.2%로 46.7%포인트 치솟았다.

    재무 부담 증가는 신용도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0월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노치 하향 조정하며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차입 규모가 확대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분쟁 장기화는 내부 구성원에게도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고려아연이 지난해 말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2.8%가 "언론 노출 증가와 사회적 관심 확대로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고 답했다. '고용 불안을 느끼거나 이직을 고민한 적 있다'는 응답도 59.6%에 달했다.

    양측 간 법적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주총 결의취소 청구, 가처분 신청 등을 포함해 24건 이상의 소송이 오가며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중이다.

    지난 5일에는 양측이 다시 법정에서 맞붙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차 변론에서 영풍·MBK와 고려아연 측은 1월 임시주총 당시 '영풍 의결권 제한'의 적법성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고려아연 측은 "상법상 적법한 조치였다"고 주장한 반면, 영풍·MBK 측은 "SMC는 주식회사가 아니어서 상호주 제한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추가 심리를 진행하기로 하고 다음 기일을 2026년 3월 6일로 지정했다.

    해당 소송은 영풍·MBK가 1월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제한당한 데 대해 당시 의장이었던 박기덕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1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사건이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이 추진했다 철회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중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며 주당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점이 석연치 않다는게 이유다.

    영풍도 환경오염 기업, MBK는 고려아연 기술유출 우려 등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풍은 환경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석포제련소에서 약 한 달 만에 또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카드뮴 유출로 2021년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폐수 유출로 올해 2~4월에는 58일간 조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반복된 사고와 분쟁 등의 여파 속에서 영풍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계 영업손실은 약 1600억원에 달한다.

    MBK파트너스를 향해선 중국 자본 근거로 기술 탈취 우려도 제기된 상황이다. 국가기간산업의 핵심인 고려아연을 약탈해 해외자본으로 팔아 넘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MBK는 외국게 펀드가 아닌 토종펀드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MBK 측은 "중국 자본 비중은 5% 안팎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이 없다"며 "고려아연 해외 매각이나 상장폐지 계획은 전혀 없고, 영풍과 10년짜리 주주간 계약을 맺은 만큼 시장을 불안하게 할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 고려아연 정기주총장 앞 MBK의 적대적 M&A에 반대하는 시위ⓒ뉴데일리
    ▲ 고려아연 정기주총장 앞 MBK의 적대적 M&A에 반대하는 시위ⓒ뉴데일리
    양측의 비방전 역시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최근에는 고려아연이 5000억원 가량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가 펀드 자금 유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 영풍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체제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 측은 "재판 결과마저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짜깁기를 바탕으로 당사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최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며, 지난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해 공개매수로 확보한 자사주 204만30주 가운데 남은 물량을 연내 모두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해 6월과 9월에 각각 68만10주를 이미 소각한 바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영풍과 MBK의 지속적인 적대적 M&A 시도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각종 공격에도 불구하고, 전 임직원이 합심해 글로벌 불확실성과 업황 부진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 지배구조 혁신, 수익성 개선을 통해 밸류업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