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분 ‘51%룰’ 놓고 금융위·한은 신경전 … 정부안 데드라인 결국 불발스테이블코인 발행·인가 주도권 다툼에 2단계 법안 공전“국내 디지털자산 경쟁력 흔들린다” … 법안 연내 처리도 불투명
-
- ▲ ⓒ연합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제도인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이 결국 정부 제출 기한을 넘기게 됐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51%룰' 논쟁이 법안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9일 국회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국회 정무위에 "내일까지 정부안을 제출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핵심 충돌 지점은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묶을지 여부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시스템과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발행사를 '은행 지분 51% 이상인 컨소시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화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관리하려면 은행 주도 구조가 필수라는 논리다.반면, 금융위는 지분율을 법률에 못박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맞서고 있다. 국내·외 사례로는 EU 미카(MiCA) 체제에서 15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중 14개가 전자화폐 사업자라는 점, 일본에서 첫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핀테크 기업이 발행했다는 점이 언급됐다. 금융위는 '은행 지분 과반'이 법률로 명시될 경우,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이 원천 차단되고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인가권을 둘러싸고도 양측의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금융위는 기존 법안과 동일하게 스테이블코인 인가권을 금융위 단독 권한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한은은 발행 인가 단계에 '유관기관 만장일치 합의 기구'를 넣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공급과 외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한은의 직접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국제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과도한 권한 확대"라며 반대하고 있다.결국 양 기관의 입장차가 풀리지 않자 정부안은 사실상 공전 상태에 빠졌다. 법안 설계의 기본 골격인 '발행 주체'와 '감독권 체계' 모두에서 합의가 불가능해지면서 연내 정부안 제출 무산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혼선이 가상자산 정책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평가한다.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는 내년 7월 시행되는 1단계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핵심 장치지만, 법안이 늦어지면 발행·준비금·유통 구조가 모두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혁신을 원한다면서 핵심 규제의 뼈대는 기관 갈등으로 방치되고 있다"며 "국가 디지털자산 경쟁력에 치명적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