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연구진, 근적외선을 자외선으로 바꾸는 '스마트 렌즈' 플랫폼 구현각막 상피 보존 교차결합술 가능성 제시 … 통증·감염 부담 완화약물 전달 효율 3.7배 개선 … 의료기기·시력교정 기술 확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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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추각막증 치료와 시력 교정에 활용할 수 있는 광변환 콘택트렌즈 기반 의료기기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콘택트렌즈가 시력 보조 도구에 머물렀다면, 이번 연구는 콘택트렌즈를 치료 장치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태임 교수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 부산대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기수 교수 연구팀은 근적외선을 자외선으로 변환하는 콘택트렌즈를 활용해 각막 상피를 보존한 채 원추각막 치료와 시력 교정이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원추각막증은 각막이 점차 얇아지고 뾰족하게 변형되는 비염증성 진행성 질환으로, 주로 10대에 발병해 시력 저하로 이어진다. 현재 표준 치료로 활용되는 '드레스덴 프로토콜'은 각막 상피를 제거한 뒤 리보플라빈 점안과 자외선 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치료 효과는 검증됐지만 극심한 통증과 감염 위험, 긴 회복 기간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막 상피를 제거하지 않고도 교차결합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핵심은 인체에 비교적 안전한 근적외선을 조사하면 렌즈 내부에서 자외선과 청색광을 선택적으로 방출하는 상향변환 나노입자와, 이를 의료용 실리콘 콘택트렌즈에 담지한 광변환 구조다. 해당 렌즈는 가시광선 투과율이 88.7%에 달해 일상 시야 확보에도 큰 제약이 없다.

    또 다른 축은 약물 전달 기술이다. 연구팀은 히알루론산에 리보플라빈을 결합한 '히알루론산-리보플라빈(HA-RF) 접합체'를 개발해 각막 상피 투과성을 개선했다. 기존 리보플라빈 용액 대비 각막 상피를 통과하는 약물 전달 효율은 약 3.7배 높았다.

    동물실험에서는 치료 후 4주 동안 염증, 각막 혼탁, 내피세포 손상 등 주요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상피를 보존한 상태에서도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인한 셈이다.

    이번 연구는 콘택트렌즈를 단순 시력 보조 기기에서 벗어나 치료용 의료기기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도 크다. 향후 임상 적용과 상용화 단계로 이어질 경우, 원추각막증 치료뿐 아니라 각막이 약해지는 다양한 질환으로의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임 교수는 "환자의 통증과 감염 부담을 줄이면서 치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접근"이라며 "임상 적용을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