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첨단제조 핵심 축 부상 … 中 견제 본격화삼성전자·SK하이닉스, 불확실성 속 해법 찾기 고심H200 변수에 기대와 실망 교차 … 정책 리스크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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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미국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핵심 광물을 축으로 한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주도로 출범한 경제안보 협의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계기로 한국이 글로벌 AI·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지정학적 부담과 정책 변동성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15일 외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등과 함께 '팍스 실리카' 출범을 공식화했다.첨단 제조와 AI 인프라, 반도체, 핵심 광물 등 전반의 공급망을 신뢰 가능한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참여국들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규정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글로벌 AI 공급망을 이끄는 핵심 기업으로 언급했다.한국 정부 역시 배터리와 반도체, 에너지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AI 확산의 병목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제조 역량을 고려할 때 한국이 메모리와 일부 파운드리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다만 팍스 실리카가 사실상 중국 견제를 겨냥한 협의체라는 점에서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선언문에는 '비시장적 관행 대응'과 '과도한 의존 축소'가 명시됐고,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에 대응해 핵심 광물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중국은 이에 대해 국제 무역 질서를 왜곡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업계에서는 미중 주도권 경쟁이 심화될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적 선택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절대적이지만 파운드리 시장 확대는 제한적인데다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둘러싼 보복 조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구형 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도 잠시 고개를 들었다.그러나 미 의회 내에서 안보 우려를 이유로 반발이 이어지며 관련 결정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고, 중국 역시 자국 반도체 자립을 이유로 H200 도입을 제한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낙수 효과 기대는 다시 불투명해졌다.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을 앞두고 실적 전망은 밝지만 대외 변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내달 초 사장단 전체 회의를 열고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외 리스크를 점검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중심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공급망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 기회인 동시에 부담"이라며 "메모리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지만 정책과 외교 환경 변화에 따라 변수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장기 전략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