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결론 미지수 … 은행권, 자율배상·판매체계 개선 내세워 감경 총력서민금융 출연요율 0.2% 논의·전세사기 분담 부담까지 … 규제 부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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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제재가 연말 은행권의 '결산 변수'로 재부상했다. 금융감독원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총2조원 안팎의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보한 가운데, 18일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면서 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제재의 핵심은 과징금 규모 못지않게 ‘확정 시점’과 ‘회계 반영’이다. 최종 제재가 결산 전(통상 내년 3월)까지 확정되지 않을 경우, 은행들은 과징금 부담을 회계상 ‘합리적 추정’에 따라 비용 또는 충당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추정액이 커질수록 순이익이 감소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예정된 제재심은 금감원과 은행권이 각각 입장을 설명하는 변론 구조로 진행될 전망이다. 감독당국은 불완전판매 책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은행들은 위법성 공방에만 매달리기보다 자율배상과 판매 프로세스 개선, 성과지표(KPI) 조정 등 사후조치 실적을 전면에 내세워 감경을 끌어내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은행들이 내세우는 핵심 근거는 자율배상 실적이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자율배상 규모는 KB국민은행 6959억원, NH농협은행 2527억원, 신한은행 1865억원, 하나은행 1093억원, SC제일은행 993억원 수준이며, 합의율도 90%대에 이른다. 다만 자율배상과 개선 노력이 과징금 감경에 어느 범위까지 반영될지는 제재 수위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과징금 산정 ‘기준’도 정면 충돌 지점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과징금은 위법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는데, 수입의 범위를 ‘판매금액’으로 볼지 ‘수수료’로 볼지가 쟁점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제재심에서 부과기준을 둘러싼 법리 공방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은행권이 이번 사안에 민감한 이유는 ELS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주택담보비율(LTV) 관련 과징금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비용 부담이 중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과징금이 최종 확정될 경우 납부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도 자본정책 관점에선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규제·정책 부담은 다른 축에서도 동시에 쌓이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서민금융안정기금’ 조성을 위해 은행 출연요율을 최소 0.2%까지 상향해 상시 출연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전세사기 피해구제 비용을 은행권이 분담하는 방안도 거론되면서 추가 부담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선 18일 제재심이 ‘당일 결론’보다는 제재 윤곽과 당국 기류를 읽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최정욱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과징금 규모가 크고, 당국과 은행의 시각차가 크다는 언급이 이어지는 만큼 추가 제재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