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유럽도 '전기차 힘빼기' 직격탄올해 가동률 50%도 간당 … ESS만 믿었는데오라클발 AI 데이터센터 쇼크까지 …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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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 3사의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올인’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와 내연기관 규제 완화에 나선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이 하이브리드·내연기관 병행 전략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전기차 캐즘을 상쇄할 먹거리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는 ESS마저 오라클발(發) 인공지능(AI) 투자 회의론이 재부각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미 50%대까지 떨어진 국내 배터리사들의 공장 가동률도 단기간 내 뚜렷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1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주요 완성차 고객사인 포드의 전기차 축소 방침에 직격탄을 맞았다.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공급 예정이던 9조6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계약이 취소되며 경영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SK온 역시 포드와의 미국 합작법인 체제를 종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합장 공장인 블루오벌SK(테네시·켄터기)의 구조를 재편하면서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포드는 켄터키 1·2공장을 각각 독립적으로 소유·운영키로 했다.포드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4분기(10~12월)에 약 19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F-150 픽업트럭 전기차 모델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 하는 등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속도 조절’ 기조 속에 포드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하이브리드·내연기관차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 전기차 구매 시 적용되던 7500달러(약 1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한데 이어 2031년까지 판매되는 차량의 평균 연비 목표를 갤런당 34.5마일(mpg)로 낮추는 계획도 최근 발표했다. 발표 자리에는 포드와 스텔란티스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EU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중국 완성차들의 저가 전기차 공세로 유럽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리자 정책 기조를 조정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실적 부진 속에 창사 88년 만에 독일 본토 공장을 폐쇄했다. 반면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지난 9월 기준 유럽에서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
- ▲ 블루오벌SK 켄터키주 공장.ⓒ블루오벌SK
문제는 미국과 유럽이 국내 배터리사들의 핵심 시장이라는 점이다. 포드와 GM, 폭스바겐, 벤츠 등 주요 고객사들이 이미 캐즘 여파로 배터리 주문을 줄인 상황에서 이 같은 전기차 축소를 골자로한 전략까지 겹치며 중장기 수요 전망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국내 배터리 3사의 가동률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평균 가동률은 2023년 69.3%에서 2024년 57.8%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50% 초반까지 곤두박질쳤다.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가동률은 50.7%로 지난해 같은 기간(59.8%)보다 하락했고, SK온의 가동률 52.3% 수준에 그쳤다. 삼성SDI는 전기차에 쓰이는 중대형 전지의 가동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다른 회사들과 바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올해 3분기 가동률은 49%로 지난해 3분기 69%에서 크게 떨어졌다.가동률 하락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은 3분기 영업손실이 1248억원으로 2분기(664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ESS와 소형 배터리 출하 증가, 비용 절감 효과로 3분기 영업이익 6013억원을 기록했지만 업황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배터리사들은 비용 절감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기존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등 가동률을 끌어올리며 수익성 방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그럼에도 ESS를 통한 ‘버티기 전략’ 역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오라클이 추진 중인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이 난항을 겪으면서 AI 거품론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대규모 AI 설비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가운데, 알파벳과 테슬라 등 주요 기술주 주가도 급락하는 등 시장 AI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증권가는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실적 둔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매출 구조상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전기차 캐즘의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5~2026년 미국 전기차 수요에 대한 가시적인 회복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 시장 노출도가 높은 국내 2차전지 셀·소재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