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관광객 2천만 시대 개막 … 중·일 갈등은 한국에 ‘기회 요인’해외여행도 3천만명 돌파 전망, 관광수지 적자 구조는 고착“국내여행, 기능적 소비에 머물러 … 경험 가치 재설계 시급”
  • ▲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최신혜 기자
    ▲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최신혜 기자
    2026년 한국 관광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방한 외래 관광객은 사상 처음으로 2000만명을 돌파하는 반면,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 역시 늘며 인·아웃바운드 간 격차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여행·관광 산업 연구기관인 야놀자리서치는 29일 오전 대치동 사옥에서 ‘2026 인·아웃바운드 관광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체 개발한 딥러닝 수요 예측 모델을 바탕으로 한 중장기 관광시장 전망을 공개했다.

    이번 전망의 핵심은 예측 방식이다. 야놀자리서치는 과거 관광객 흐름뿐 아니라 거시경제 지표, 환율, 항공 공급, 소셜 트렌드, 외생 변수까지 반영한 LSTM 기반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연간·월간 수요를 연쇄적으로 예측했다. 단순 추세 분석이 아닌, 비선형적 외부 충격까지 반영한 구조다.

  • ▲ 2026 인바운드 수요(위), 아웃바운드 수요(아래) 예측 결과ⓒ야놀자리서치
    ▲ 2026 인바운드 수요(위), 아웃바운드 수요(아래) 예측 결과ⓒ야놀자리서치
    첫 발제를 맡은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계절성과 경기 변수, 외교적 리스크까지 반영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며 “실제 과거 예측에서도 오차율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2026년 방한 외래 관광객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2036만 명으로 예상됐다. 이는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615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 384만명, 미국 166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일본 간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국이 대체 목적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홍 수석연구원은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인 관광객 이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당시 한국에서 이탈한 중국인 관광 수요의 10~13%가 일본으로 이동했다”며 “최근 중·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이와 유사한 ‘풍선 효과’가 한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놀자리서치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2026년 방한 외래 관광객이 최대 210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 약세와 항공편 공급 확대 역시 방한 수요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2036만 명이라는 인바운드 전망치는 중·일 갈등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숫자"라며 "이 갈등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경우 2026년 방한 외래 관광객은 2076만~2126만명, 즉 2100만명 내외까지 열려 있다"고 밝혔다.

  • ▲ 서대철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최신혜 기자
    ▲ 서대철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최신혜 기자
    인바운드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도 아웃바운드 증가세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서대철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은 2026년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를 3022만9000명으로 제시했다. 전년 대비 2.6% 증가한 수치로,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다.

    일본은 엔저 기조와 지방 소도시 직항 확대에 힘입어 965만명으로 1위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무비자 입국 효과로 24%가 넘는 높은 성장률이 예상됐고, 베트남은 완만한 회복세, 태국은 안전 우려와 환율 부담으로 감소세가 전망됐다.

    서 선임연구원은 “엔데믹 이후 급격한 회복 국면은 지나고 있지만, 해외여행이 일상 소비로 자리 잡으며 국가별 수요는 탈동조화되고 있다”며 “가격보다 안전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여행 소비의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2026 인·아웃바운드 관광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질의응답에 임하고 있다. ⓒ최신혜 기자
    ▲ ‘2026 인·아웃바운드 관광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질의응답에 임하고 있다. ⓒ최신혜 기자
    세 번째 세션에 나선 장 원장은 관광수지 적자의 구조적 원인으로 ‘경험 가치 격차’를 지목했다. 그는 “연간 100억 달러에 달하는 관광수지 적자는 환율이나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해외여행은 경험적 투자로, 국내여행은 기능적 소비로 인식되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야놀자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객의 절반 이상은 국내여행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지만, 해외여행과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장 원장은 이를 두고 “국내여행이 그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해법으로는 ▲로컬 스토리텔링 강화 ▲프리미엄 테마 여행 개발 ▲유휴 공간의 관광 자원화가 제시됐다. 

    그는 “출렁다리·케이블카·레일바이크 같은 복제형 관광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비싸더라도 가고 싶은 ‘가심비’ 콘텐츠로 경험 가치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광역 관광권’ 전략을 제안했다. 

    지방 거점 공항에 외항사를 유치하고, 허브와 지역을 잇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광역 단위의 통합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국인이 서울을 거치지 않고도 지방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지방 소멸을 막는 관광 해법”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돈이고, 가격이 아니라 경험"이라며 "국내여행이 해외여행의 열등한 대체제가 아니라 여행자의 첫 번째 선택지가 되도록, 관광 경험의 설계와 검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