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첫 휴머노이드 홈로봇 '클로이드' CES 2026 데뷔삼성,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후 피지컬 AI 가속AI 집사로봇 좌초 … 가사 특화 로봇으로 전략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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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로봇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차세대 가전으로 주목받았던 AI 집사로봇의 상용화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양사는 전략을 수정해 가사 노동을 직접 대체하는 홈로봇과 피지컬 AI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가전 수익성이 과거 대비 위축된 가운데 피지컬 AI 기반 로봇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를 10여일 앞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로봇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이번 CES의 핵심 화두로 꼽히는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실제 공간에서 '몸'을 갖고 작동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쪽은 LG전자다. LG전자는 25일 글로벌 SNS 계정을 통해 홈로봇 'LG 클로이드'의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CES 2026 출격을 공식화했다. 영상에는 다섯 손가락을 가진 로봇이 사람과 주먹 인사를 하거나 세탁물을 집고 접시를 정리하는 모습이 담겼다. 클로이드는 양 팔과 다섯 손가락을 갖춘 휴머노이드 형태로 인체에 맞춰 설계된 주거 환경에서 섬세한 가사 작업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LG전자는 클로이드를 단순한 이동형 기기가 아닌 '가사 노동을 직접 대체하는 새로운 폼팩터'로 규정한다. AI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학습하고, 거주자의 스케줄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AI 가전을 제어하는 '가전 비서' 역할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LG전자가 CES에서 휴머노이드 형태의 홈로봇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 ▲ LG전자 'LG 클로이드' 티저ⓒLG전자
이는 기존 AI 집사로봇 전략의 전환을 의미한다. LG전자는 지난해 'CES 2024'에서 바퀴형 이동 로봇 'Q9'을 공개했지만 올해 열린 'IFA 2025'에서는 Q9을 전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출시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HS사업본부장이었던 류재철 LG전자 사장 역시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다시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클로이드는 Q9의 'AI 홈 허브' 기능을 계승하면서도 가사 노동에 최적화한 휴머노이드로 진화한 업그레이드 모델로 해석된다.LG전자는 조직 개편을 통해서도 로봇 사업에 힘을 실었다. HS사업본부 산하에 HS로보틱스연구소를 신설해 전사에 흩어져 있던 홈로봇 역량을 결집했다. 클로이드는 이 연구소의 첫 결과물이다. LG전자는 로봇을 '명확한 미래'로 규정하고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외부 협업과 투자도 병행 중이다. LG전자는 로보티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로봇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피겨AI(Figure AI), 중국 애지봇(AGIbot) 등 글로벌 로봇 기업에도 투자한 상태다. 특히 올해 초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 지분을 추가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며 로봇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했다.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상업용 로봇을 넘어 가정·산업용 로봇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로봇 시장에서 구조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봇의 활동 무대인 '집'을 이미 장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LG전자는 TV, 웹OS, 로봇청소기 등으로 가정 내 피지컬 AI 구현을 위한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봇 하드웨어 점유율과 무관하게 홈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
- ▲ 삼성전자 AI 집사로봇 '볼리'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삼성전자 역시 로봇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CES 2026를 앞두고 자사 가전의 혁신 역사를 조명하는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1980년대 마이크로컴퓨터 칩을 탑재한 에어컨, 음성 안내 기능 냉장고 등 과거 혁신 사례를 재조명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 도약을 위한 서사 구축으로 풀이된다.삼성전자의 로봇 전략은 인수합병(M&A)을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국내 최초 이족 보행 로봇 개발사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경쟁 제한 우려가 미미하다며 조건 없이 이를 승인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또 삼성전자는 미국 범용 로봇 AI 스타트업 스킬드AI에 투자하는 등 피지컬 AI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사족 보행 로봇부터 휴머노이드까지 적용 가능한 범용 AI 모델 개발에 협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향후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가정용·돌봄 로봇 시장까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다만 삼성전자 역시 AI 집사로봇 '볼리(Ballie)'의 상용화는 난항을 겪었다. 볼리는 2020년 CES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출시 기대를 모았지만 올해 'IFA 2025'와 내년 'CES 2026' 전시에서 빠지며 사실상 잠정 보류 상태에 들어갔다. 로봇청소기와의 기능 중복, 물리적 충돌 가능성, 최소 200만~4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 부담 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
- ▲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류재철 LG전자 사장.ⓒ삼성전자, LG전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집사로봇 전략 수정은 시장 환경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로봇청소기 등 기존 가전이 AI 기능을 흡수하며 집안 관리 영역을 확장한 상황에서 단순한 이동형 집사로봇은 차별화가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또한 '정서적 교감'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가사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이번 CES 2026는 양사 수장의 국제 무대 데뷔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각각 '더 퍼스트 룩'과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자사 비전과 전략을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CES의 핵심 키워드인 피지컬 AI를 둘러싼 기술 개발 현황과 사업 계획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업계에서는 홈로봇을 중심으로 한 피지컬 AI 경쟁이 가전 산업의 수익성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TV·백색가전 중심의 전통 사업에서 수익성이 둔화된 상황에서 로봇은 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높은 개발 비용과 상용화 리스크를 해결한다면 정체된 가전 사업의 돌파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업계 관계자는 "AI 집사로봇이 좌초되면서 삼성과 LG 모두 전략을 수정했지만 방향은 오히려 더 명확해졌다"며 "가사 노동을 실제로 대체할 수 있는 피지컬 AI 로봇이 등장한다면 가전 산업의 경쟁 구도와 수익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