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헝가리 공장 전량 예약·스페인 착공K-배터리, 포드 계약 취소·합작 재편 잇따라유럽 공장 가동률 50~60% … LFP로 라인업 다각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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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LG에너지솔루션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내년 유럽 내 생산 확대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사들이 해외 완성차 업체와 맺은 수주 취소와 합작공장 정리에 직면한 반면, CATL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고 유럽 내 신규 공장 착공에 나서며 양측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31일 외신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은 헝가리 데브레첸 배터리 공장의 가동 준비를 마쳤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배터리 생산에 나선다. CATL은 초기 연간 생산능력이 40GWh 규모인 이 공장의 물량이 이미 모든 고객사에 의해 전량 예약됐다고 밝혔다. 내년 1분기까지 총 1500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CATL은 유럽 내 추가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CATL과 스텔란티스가 설립한 합작사 ‘컨템퍼러리 스타 에너지(Contemporary Star Energy, S.L.)’는 스페인에서 LFP 배터리 기가팩토리 착공식을 개최했다. 약 6조원 투자, 4000명 고용, 최첨단 기술 적용을 통해 50GWh 생산 능력을 갖춘 유럽 전기차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계획된 생산능력 연간 100GWh 수준인 헝가리 공장과 스페인 공장, 기존 독일공장의 생산규모를 합산할 경우 CATL의 유럽 내 총 생산능력은 160GWh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200만 대 이상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반면 유럽 헝가리와 폴란드에 선제적으로 공장을 구축하며 우위를 점했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존재감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SNE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3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3년 60.4%에서 2025년 30%대까지 하락한 반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60%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CATL의 헝가리 공장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인접해 있어, 국내 배터리사의 핵심 고객사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CATL은 BMW와 폭스바겐 등 유럽 고객사들을 겨냥해 향상된 주행거리에 장기 수명, 고속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팩을 공개하기도 했다. -
- ▲ 블루오벌SK 켄터키주 공장ⓒ블루오벌SK
국내 배터리사의 중국 배터리사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 모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배터리 시장 선점을 목표로 유럽 최초, 세계 최대 규모로 2016년 폴란드 생산 공장 설립해 2018년부터 공장 본격 가동을 시작한 바 있다. 폴란드 공장은 연간 86GWh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는 전기차 약 120만 대를 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배터리 3사의 유럽 공장 가동률은 50~60%에 그치고 있다.무엇보다 2027년부터 6년간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떠받칠 핵심 수주였던 포드와의 75GWh(약 9조6000억 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도 이달 취소되면서 타격이 크다. 수주 잔고와 중장기 매출 계획에 공백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포드는 CATL와 협력해 LFP 배터리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미국 미시간주에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한 공장 건설은 그대로 진행한다.LG에너지솔루션은 이 외에도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 체결했던 약 4조 원 규모의 계약이 해지되면서 이달에만 13조원이 넘는 공급 계약이 사라졌다. 혼다와 합작한 4조2000억원 규모 오하이오 공장 건물도 혼다 미국법인에 매각했다. SK온은 포드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생산시설을 분리해 각각 독립 운영하기로 했고,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 여파로 GM의 영향으로 미국 합작공장 장비 발주가 늦춰지고 있다.국내 배터리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더 치열해진 경쟁 환경에 직면한 국내 배터리사들은 프리미엄에서 중저가 LFP배터리 제품으로 라인업 다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유럽의 경우 운전자들이 비교적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 급속 충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배터리 수요가 하이니켈 중심에서 중니켈, 성능이 개선되고 있는 LFP 배터리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