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소매판매지수 14.1% 하락 … 역대 최저 수준명절 기저효과에 온라인 쇼핑 증가·홈플 폐점 결정 영향쿠팡 활성고객 한 달 새 6%↓ … 토종 플랫폼 '탈팡' 수혜유통업체들, 탈팡 고객 유인 전략 본격화 … 2위 자리 노려
  • ▲ ⓒ홈플러스
    ▲ ⓒ홈플러스
    대형마트의 상품 판매가 1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유통업체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업계에선 배송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쿠팡의 독주 체제가 당장 쉽게 흔들릴 것으로 내다보진 않는다. 그러나 쿠팡 사태가 해를 넘겨 이용자 흐름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자 2위권 경쟁 구도가 다시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4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형마트의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지수·2020년=100)는 83.0으로 전월보다 14.1% 하락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월별 상품 판매액을 2020년 월평균 상품 판매액으로 나눠 산출한 것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11월 대형마트 소매판매액지수 하락 폭은 2010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하락 폭이 컸던 2012년 3월(-18.9%)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대이자 역대 3위다.

    지수 자체도 역대 11월 중에 최저였다. 2019년 11월 102.6에서 팬데믹 시절인 2021년 11월 90.7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11월 96.7까지 반등했으나 2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1월 대형마트 판매 부진의 주 요인은 10월 추석 연휴에 매출이 많이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의 지점 영업 중단 결정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8월 총 15개 점포를 연내 폐점하겠다고 밝혔다가, 정치권 등의 압박으로 이를 보류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쿠팡 등을 통한 온라인 장보기 확산이 지속된 영향이다. 데이터처의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조161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2017년 관련 통계 집계 시작 이래 가장 큰 규모다.
  • ▲ 국회 불려나온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 ⓒ이종현 기자
    ▲ 국회 불려나온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 ⓒ이종현 기자
    다만 쿠팡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른바 '탈팡'(쿠팡 탈퇴)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4일 실시간 앱·결제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28일 기준 쿠팡의 주간 활성 이용자 수(WAU)는 2771만6655명으로 종합몰 앱 중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는 한 달 전인 11월 24∼30일의 WAU와 비교해 5.8% 감소한 수치다.

    알리익스프레스(503만2002명), 테무(409만5496명)는 쿠팡의 뒤를 이어 2∼3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1개월 전보다 각각 16.8%, 3.0% 줄었다.

    쿠팡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해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 대한 신뢰·보안 우려가 확산한 데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업체)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 기간 4∼6위에 자리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자들은 늘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381만8844명으로 10.4%, 11번가는 369만1625명으로 1.6% 각각 늘었다. 다만, G마켓(지마켓)은 1.4% 감소한 367만585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앱 3개 모두 300만 명대 중후반으로 격차가 크지 않아 쿠팡 사태 이후 2위권 진입을 노리고 당분간 치열한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계기로 사면초가에 놓이면서 앱 이용자는 좀 더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쿠팡은 물류, 노동, 가격 책정 등을 둘러싼 전방위적인 정치·사회적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의 외형 성장 중심 전략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성장세 둔화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만약 정보 보호와 신뢰 관리에 대한 우려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염려한 이용자들의 이탈이 본격화하면 기존의 독점적인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관측도 나온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쿠팡의 독주를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마트 업계에선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연장에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경쟁력이 단기간에 약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용자 선택이 분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이커머스와 대형마트를 가리지 않고 배송·가격 경쟁에 멤버십과 물류 효율, 플랫폼 신뢰까지 더한 전략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