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폐배터리 투자 유지LG엔솔-도요타 합작 법인, 미국 공장 착공완성차 수주 위축·합작공장 중단 속 차별화 전략폐배터리 사업으로 원가 경쟁력 강화
  • ▲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공장 전경ⓒ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공장 전경ⓒ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도 미국 내 폐배터리 공장 신규 건립을 예정대로 추진한다. 전기차 캐즘 여파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수주가 위축된 상황이지만, 중장기 전동화 흐름을 감안해 폐배터리 사업 투자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앞서 2022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자 폐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기업들이 신사업으로 잇따라 진출했으나, 2023년 하반기 전기차 캐즘이 시작되면서 투자와 사업 전략을 보수적으로 전환했다. 이와 비교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행보는 업계 전반 분위기와 뚜렷한 온도차를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 지역에서 폐배터리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사용 후 배터리와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불량품)을 파·분쇄해 ‘블랙 매스’를 생산하는 전처리 공장이다. 연간 처리 능력은 최대 1만3500톤으로, 전기차 4만대 이상에 해당하는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폐배터리 신규 공장 건립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토요타통상과 함께 미국 내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 ‘GMBI’를 설립했다. 폐배터리 물량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공장에서 토요타향 배터리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불량품과 북미 지역에서 회수되는 사용 후 배터리다.

    다만 미국 전기차 시장은 최근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구매 시 적용되던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되면서 판매 증가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배터리팩 제조사와 각각 체결했던 총 13조50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이 잇따라 해지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공동 운영 중인 미국 내 2개 합작 공장(오하이오주·테네시주)은 이달부터 약 6개월간 가동을 중단한다. 이에 따라 1000명 이상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됐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폐배터리 사업에 먼저 진출했던 기업들 역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한 배터리 소재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폐배터리 공장 가동률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양극재 소재기업 관계자도 “배터리 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폐배터리 사업 투자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영풍은 2023년 폐배터리 사업에 진출해 배터리 소재 리튬을 분리·추출하는 파일럿 공정 단계까지는 진행했지만, 전기차 8만대 분량 규모로 공장을 확장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현재까지 미룬 상태다. 영풍은 2030년까지 폐배터리 사업을 통해 리튬·코발트·니켈 등 배터리 소재 원료를 연간 70만 톤 생산하고,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지난 2023년 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을 위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대구에 폐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캐즘으로 기존 계획을 수정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LG에너지솔루션이 폐배터리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 시장의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전동화 전환 자체는 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폐배터리 사업은 배터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향후 전기차와 배터리 가격 경쟁력 역시 폐배터리 활용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소재 및 공정 혁신을 통한 재료비·가공비 절감과 함께 원재료 확보 투자,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기반 리사이클을 통해 구조적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