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소환장 파동에 미 통화정책 정치화美 금리 안갯속에 환율 변동성 확대대내외 변수 겹치며 한은 통화정책 제약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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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정면 충돌로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그 여파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을 더욱 좁히는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연준 내부의 분열과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예측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환율과 자본 흐름에 민감한 한은은 대외 변수 부담이 더 커지며 통화정책 선택지가 한층 더 제약받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겨냥해 소환장을 발부하면서 사실상 전면전 양상으로 번졌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 발언을 통해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과 관련한 지난해 의회 증언을 문제 삼아 미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준 청사 공사비 증액 문제를 고리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파월 의장은 이를 "전례 없는 행정부의 위협"이자 "금리 인하 압박에 저항해온 자신을 겨냥한 구실"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중앙은행 수장이 대통령과 행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정면 충돌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연준의 독립성 논란까지 불붙이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준금리를 "1%까지 낮춰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며 연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파월 의장을 '너무 늦은 자(Mr. Too late)'라고 부르며 공개적으로 비난해왔고, 한때는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인사 문제에도 깊숙이 개입하며 친(親)트럼프 성향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법 조치 역시 차기 의장 인선과 연준 권력 구도 재편을 염두에 둔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이 사태를 바라보는 미 통화·재정 당국 원로들의 위기의식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12일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을 두고 "극도로 소름 끼치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이 문제를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점이 오히려 놀랍다. 분명 더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법무부의 파월 의장 수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옐런 전 의장은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제로(0)"라고 단언하며 "그를 잘 알고 있다. 이번 일은 파월을 몰아내기 위해 자리를 노린 공격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옐런 전 의장은 2014~2018년 연준 의장을 지냈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이밖에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전직 연준 의장들과 헨리 폴슨, 티머시 가이트너, 로버트 루빈 등 전직 재무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기소 권한을 동원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라며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에서나 나타나는 통화정책 결정 방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이들은 "연준의 독립성과 이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적정 수준의 장기 금리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이라며 "독립성 훼손은 미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화·민주 양당을 아우르는 초당적 인사들과 케네스 로고프, 글렌 허버드 등 저명한 경제학자들까지 서명에 참여하면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파장이 단순한 정치 공방을 넘어 미국 통화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처럼 연준의 독립성 자체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이미 내부적으로 노선 갈등이 컸던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구조는 더 큰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하는 과정에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3명의 반대 속에 결정을 밀어붙일 정도로 내부 의견 차가 컸다. 올해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도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로 분류되는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가 "현재 통화정책은 지나치게 긴축적"이라며 "올해 1%포인트가 넘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반면, 연준은 지난해 12월 점도표를 통해 올해 1회 인하 가능성만을 시사하는 등 온도 차가 뚜렷한 상황이다.여기에 오는 5월 파월 의장 교체와 함께 올해부터 새로운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4명이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FOMC의 권력 구도 자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새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될 인사들 중 상당수가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들과의 노선 충돌이 더 격화될 경우 연준 내부 분열은 통화정책 결정 과정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경로가 경제지표보다 정치·인사 변수에 더 크게 좌우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이 같은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 미국 금리 경로에 대한 예측력이 떨어질수록 달러 가치와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환율이 1460원 안팎의 고변동성 국면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조정할 경우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한은은 이미 가계부채 부담과 집값 불안, 고물가 기조 등으로 통화정책 운신 폭이 크게 제한된 상태다. 여기에 미국 통화정책마저 정치 변수에 흔들리며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한은의 정책 선택지는 사실상 더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미 한은의 금리인하 종료를 전망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대비 금리인하에 더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해외 주식 투자 확대와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물가 불안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